[영화]충무로 찰떡호흡 감독과 배우 “또 뭉쳐 일 한번 내볼까”

  • 입력 2002년 7월 22일 16시 14분


영화 ‘친구’의 대대적인 성공 이후 배우 유오성과 곽경택 감독은 곧이어 ‘챔피언’ 제작에 돌입해 주목을 받았다. 당연히 시작부터 관심과 기대를 모았으며 ‘챔피언’은 감독과 주연배우의 찰떡 호흡을 화면에 담았다.

성장기의 자신에게 인간의 의지를 가르쳐주었던 불운의 복서 김득구 이야기를 꼭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는 곽경택 감독은 ‘친구’의 거대한 성공을 발판으로 웬만한 영화의 시나리오에는 눈길도 안주는 유오성을 끌어들였다.

전쟁에 비교될만큼 요즘 캐스팅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그러나 질투를 한 몸에 받으며 ‘감독과 배우’ 그 이상의 콤비로 캐스팅의 어려움을 뛰어넘고 시작하는 커플들이 영화계에 있다.

참신한 소재와 무한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눈을 맞춰주는 배우가 없어 몇 년째 ‘캐스팅 중’에 머물며 크랭크인을 기다리는 영화 제작진에게는 그저 부러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서로를 기다리며 닮아가다?〓맥주 CF에서 보여주는 섹시함, 아내 앞에서 ‘능력의 카드’를 돌려대는 부드러운 남편 정우성을 영화로 길게 만나고 싶으면? 당연 김성수 감독의 다음 영화에 주목해 볼 일이다.

그들은 ‘비트’ 이후 ‘태양은 없다’ ‘무사’를 통해 관객이 다른 커플에 지쳐갈 무렵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 갈증을 해소해주는 최고의 커플이다. 어떤 영향에도 굴하지 않을 것 같은 뚝심 하면 김성수 감독이지만 뚝심 그 이상의 배짱이 정우성에게 있어 보인다. ‘구미호’로 데뷔전을 거친 뒤 배우야말로 서서히 만들어져야 단단하게 오래 간다는 걸 입증하는 배우가 바로 정우성이며, 그의 가능성을 보고 매력을 일깨워준 김성수 감독은 같은 길을 함께 가며 서로를 닮아가는 듯하다.

▽애증에서풀려나다?〓조재현과 김기덕 감독의 관계는 두말하면 잔소리. 그들은 시나리오가 없어도 어느 순간 뚝딱 완성품을 내 놓을 것 같은 신뢰와 팀워크를 자랑하며 고생고생 끝에 ‘나쁜 남자’의 성공까지 함께했다. 서로를 믿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화제와 상업성에 의지해 온 영화계에 주는 ‘일침’ 같은 커플이다. 그동안 함께 쌓아온 시간의 힘으로 지켜온 관계는, ‘나쁜 남자’의 성과 후 비로소 서로에게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보면 어쩔 수 없는 애증같은 것이 작용했다고도 한다. 특히 조재현은 평소 김 감독에게 “내가 어쩌다가 저런 사람하고 계속 같이했는지 몰라”라며 투덜거리다가도 “그래도 김기덕밖에 없다”고 말하곤 했다.

지금 그들은 각자 다른 파트너를 만나 한창 영화 작업 중에 있다.

▽존경 혹은 사랑?〓‘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명대사와 양팔을 벌린 설경구를 영원히 기억하게 될 영화, ‘박하사탕’은 386세대의 어긋난 의지와 인생에 대한 ‘비굴한’ 애착을 쓸쓸히 보여주는 명작. 진지한 통찰력의 배우와 과묵한 감독이 만들어낸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일면 축복과도 같다. 끊임없이 영화를 소비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가슴속에 각인되며 기억을 건드리는 영화가 종종 있는데 이창동 감독과 설경구의 다음 영화인 ‘오아시스’가 그 바통을 이을 확률에 나는 90%를 걸기로 했다. 감독과 배우 그 이상의 존경과 애정의 관계를 유지해 온 그들은 영화를 통해 만나게 될 매 순간 관객들로 하여금 ‘아, 이 사람들이 있었지’ 하는 생각을 심어줄 것이다.

▽함께 가며 인생을 공유하자〓‘참을 수 없는 존재의 즐거움’ 하면 떠오르는 장진 감독과 신하균은 젊다는 것이 특권이라고 느끼게 하는 새파란 힘으로 영화계를 리드하는 젊은 피. 수많은 연극과 영화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 등을 합숙하며 만들어내면서 서로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읽을 만큼 애정을 주고 받는 커플이다. 함께 젊음을 공유했듯이 나이도 함께 먹어가며(?) 산술적으로 가장 오랫동안 서로의 그림자가 되고 힘이 되어 줄 것이 분명하다.

신하균이 동료이자 스승인 장진 감독에게 언제 어디서나 깍듯한 것도 보기에 좋다.

따로 또는 같이 작업을 해오면서 각각의 맨파워로도 특별한 인정을 받고 있는 일급 프로들. 현재 한국영화계의 중심에 서 있는 이들은 캐스팅에 따른 별다른 ‘비용’ 없이 영화를 시작한다는 특권을 누리고 있지만, 주변의 부럽고 따가운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캐스팅의 벽을 못 넘고 괴로워하는 또 다른 제작자나 준비된 감독들의 하소연이 들려오니 말이다.

그런데 아쉬운 점 하나. 왜 오래된 여배우-감독 커플은 없는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정승혜 씨네월드 제작이사 amsaja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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