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영화감독)▼
●흡혈귀 영화의 시조 격인 무성 영화 ‘노스페라투’(1922년·F.W. 무르나우 감독)
▽뽑은 이유〓시종 신비로움을 유지한 공포 영화의 전형같은 작품. 당초 드라큘라를 만들려고 했는데 판권을 사지 못해 설화에 등장하는 다른 흡혈귀의 이름을 땄다. 주연 흡혈귀인 그라프 올록 역을 맡은 배우 맥스 슈렉은 실제로 흡혈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감난 연기를 보여줬다.
▽‘공포’ 포인트〓올록이 유럽을 떠나 영국으로 건너가려고 탄 범선에서 영국에 도착하기 전 선원의 목을 차례차례 물어 죽이는 장면. 영국에 도착한 그 범선에는 올록만 남아 있다.
▼하지원(영화배우)▼
●니콜 키드먼 주연의 디 아더스(2001년·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
▽뽑은 이유〓창백한 공포. 평소 유혈이 낭자하는 공포 영화를 잘 못보는데 이 영화는 오히려 피 한방울없이 사람을 쥐락펴락한다.
▽‘공포’ 포인트〓마지막 반전은 물론 공포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니콜 키드먼의 연기.
▼정승혜(씨네월드 제작이사)▼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1974년·시드니 루멧 감독)
▽뽑은 이유〓애거사 크리스티의 원작 소설을 제대로 살린 느낌. 특히 기차라는 밀폐된 공간 안에서 범인들이 함께 숨쉬고 있는 느낌이 무섭다. 개인적으로 ‘수사반장’ ‘X파일’처럼 사건을 쫓아가는 드라마가 강한 공포물이 더 무섭다.
▽‘공포’ 포인트〓결과적으로 기차 안에 탄 모든 이가 공범이라는 사실이 드러날 때. 모든 이가 ‘한 칼’씩 죽은 이를 찔렀다는 것이 드러나자 내 가슴까지 뜨끔거렸다.
▼이무영(영화감독)▼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1974년·토브 후퍼 감독)
▽뽑은 이유〓전기톱이 자주 등장하지 않는데도 보는 이를 힘들게 한다. 고도의 체력이 필요한 공포 영화.
▽‘공포’ 포인트〓시종 일관 관객을 ‘하찮게’ 보는 감독의 새디즘적인 카메라 앵글. “아, 저 영화 만든 감독이랑 한번 붙어봐야겠다”고 느낄 수 있을 만한 관객이라면 볼 만하다.
▼홍은철(MBC 아나운서. MBC ‘출발 비디오 여행’ 9년째 진행)▼
●식스 센스(1999년·M. 나이트 샤말란 감독)
▽뽑은 이유〓보는 이로 하여금 ‘항복’을 권하는 마술같은 공포 영화. 영화 보고 한동안 기도가 막혀서 고생했다.
▽‘공포’ 포인트〓처음부터 후반까지 카메라가 연민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꼬마가 마지막에 어눌한 말투로 “오히려 당신이 죽은 사람인데 지금 내 옆에서 뭐하는 거예요”라고 일침을 가할 때 정말 쓰러지는 줄 알았다.
▼조재현(영화배우)▼
●2000년 미 연예주간지 ‘피플’이 가장 무서운 공포영화로 뽑은 엑소시스트(1973년·월리엄 프리드킨 감독)
▽뽑은 이유〓제 아무리 난도질한 영화라도 따라올 수 없는 그 영혼을 장악하는 힘. 실제로 이 영화가 상영됐을 때 많은 이들은 구토를 하거나 ‘지저스(Jesus)’를 외쳤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이 영화가 1949년 미국 메릴랜드 지방에서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다.
▽‘공포’ 포인트〓리건이라는 소녀의 목이 360도로 돌아가고 공중에 뜨는 장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심재명(명필름 대표)▼
●소름(2001년·윤종찬 감독)
▽뽑은 이유〓가장 ‘슬프게 무서운’ 공포 영화. 소시민적인 눅눅함이 공포감에 질퍽거림을 더한다.
▽‘공포’ 포인트〓직접적으로 공포를 유발하는 장치가 없다는 게 더 공포스럽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김명민이 자장가를 부르다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쳐다보면서 소스라치게 놀라는 장면이 압권이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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