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퇴’ 바람에도 끄떡없다
-금발 머리를 자주 하시네요. 이유라도 있습니까.
“제가 흰 머리가 많거든요. 금발을 하면 티가 안 나요.”
-점차 연기자들의 ‘명퇴’ 시기도 빨라집니다. ‘왕년의 스타’도 30대 후반이면 이웃집 아저씨같은 역을 맡는데, 늘 주연만 꿰차시네요.
-김두한은 어떤 인물입니까.
“어렸을 적 TV나 언론을 통해 본 기억이 납니다. ‘바위같은 분’이었죠. 그를 막연하게 ‘깡패’로 알고 있는 이도 있지만 그가 일제에 저항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 싫은 소리도 많~이 들었죠
-MBC ‘위기의 남자’때 제작진과 마찰은….
“40대 남성의 방황을 설득력있게 그려주길 바랐어요. 그 놈의 시청률이 뭔지, 불륜에만 초점이 맞춰지는게 안타까웠죠. 극 전개가 막 가는 바람에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는 의사 표시로 촬영을 거부했죠. 그나마 수위가 많이 완화된 게 그정도에요.”
-주변에서 싫은 소리도 많이 들었겠네요.
“하루는 아내와 드라마를 보는데 ‘이 남자, 실제로 그럴 수 있는 거 아니야’라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더군요. 20년 넘게 결혼 생활을 했지만 전 아직도 아내와 신혼 같아요.”
-극 중 ‘동주’라는 인물이 이해가 되십니까.
“그럼요, 이해가 되죠.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아이가 돼요. 아내에게 어머니같은 푸근함을 바라거든요. 극중 금희(황신혜)는 항상 남편의 잘못을 추궁하고 꼬치꼬치 따졌죠. 그러면 남자들은 도망가고 싶어져요.”
-최근 불륜 드라마가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불륜은 제외하고 대사나 화면이 너무 선정적이에요. 성관계에 대한 대화까지 거침없으니까. 과연 작품성을 위하는 것인지….”
#인간은 누구나 풍운아다
-김두한이라는 인물 분석을 어떻게 하고 있나요.
“김두한의 딸인 탤런트 김을동씨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한 번은 10년동안 연락없다가 어느 날 불쑥 나타나 ‘밥 달라’는 말부터 했대요. 한마디로…, ‘풍운아’죠 뭐.”
-드라마를 찍으려면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데요, 본인이라면 ‘풍운아’처럼 살 수 있겠습니까.
“인간은 누구나 풍운아입니다. 다만 가족 때문에 그런 삶을 살 수 없는 거겠죠. 제 안에도 풍운아다운 면모가 있을 겁니다. 이번 드라마에서 그걸 꺼집어 내야죠.”
-이 드라마는 김두한의 소년, 청년, 장년 시절에 각각 다른 탤런트가 투입됩니다. 시청자들에게 혼란은 없을까요.
“김두한의 18∼28세는 탤런트 안재모씨가, 그 이후는 제가 연기합니다. 안씨와 제가 별로 안 닮아서 시청자들이 어색해 할까 걱정입니다. 제 욕심에는 18세부터 연기하고 싶은데…. 주름살이 문제되면 보톡스 주사라도 맞을 각오로.”
#전공이 유도…격투연기 자신
-안재모씨나 김영철씨나 김두한을 닮지 않은 건 마찬가지죠(웃음).
“그래서 얼마전 담배를 끊었습니다. 김두한씨 풍채를 따라가려면 살을 많이 찌워야 하거든요. 지금부터 노력해 18kg쯤 늘릴 생각입니다.”
-나이도 있으신데, 격투 장면을 소화하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대학 때 유도를 전공했거든요. 고교때는 권투도 좀 했습니다. 모처럼 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역할을 맡았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 그는 기자에게 카페 한 켠에 진열돼 있던 DVD 하나를 추천했다. ‘대부’ 시리즈였다. 그는 ‘야인시대’의 ‘대부’ 김두한에게 그만큼 빠져 있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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