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과 ‘라이터를 켜라’ 등 두 한국 영화의 희비가 엇갈린 한주였다.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공포 영화 ‘폰’은 주말 이틀 전국에서 30여만명의 관객을 기록, 2위에 오르는 예상밖의 강세를 보였다.
이에 비해 ‘라이터…’는 전국 15만여명으로 3위를 기록하며 한주전에 비해 한단계 내려앉았다. 전국 200만명까지 내다봤던 ‘라이터…’가 갑작스러운 ‘폰’ 돌풍에 휘말려 불빛이 흔들리고 있는 셈.
박스오피스 1위는 예상대로 배우 톰 크루즈와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였다. ‘마이너리티…’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치고는 영화가 다소 어렵다는 평이 있었지만 두 남성의 ‘스타 파워’를 앞세워 전국에서 60여만명을 기록하며 무난히 1위에 올랐다.
올여름 극장가 특징의 하나는 이른바 관객 감소율이 크다는 점. ‘스파이더 맨’ ‘맨 인…’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개봉 1, 2주에는 1위를 지키지만 곧 관객 수가 급격하게 떨어져왔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절대 강자’가 없기 때문이다. 11일 개봉한 뒤 2주 연속 1위를 지킨 ‘맨 인 블랙2’는 5위로 내려앉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개봉한 뒤 1개월 가깝게 ‘롱런’하며 전국에서 150만명 가까운 관객을 기록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선전이 돋보인다.
▽열대야가 즐겁다〓여름에는 공포영화가 제격이었다. 기대치를 웃도는 ‘폰’의 성공은 수준급의 완성도에 공포 영화를 선호하는 계절적 요인이 상승 효과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상영 시간도 비교적 짧은 편이어서 심야 상영까지 합해 하루 6∼7회의 상영 횟수가 나오는 것도 강점이다.
▽라이터가 꺼질까봐 걱정이다〓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의 흥행 포인트는 꾸준한 ‘2인자 전략’이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이어 2위 자리를 계속 지켜 장기전을 펼치겠다는 것. 그래서 서울 기준으로 첫주 개봉 당시 좌석수 1만3000여석을 2주째에는 1만4000여석으로 늘려 확대개봉하기도 했다. 하지만 ‘폰’의 강세에 김이 빠진 상태.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라이터를 켜라’가 뒷심이 있는만큼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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