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수경/속보이는 청문회 중계방송

  • 입력 2002년 7월 30일 18시 58분


29일 오후 2시, 장상(張裳) 국무총리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TV중계방송이 중단되자 본보에 “왜 중계를 계속 안하느냐”는 전화가 여러 통 걸려왔다.

“왜 중계를 계속하지 않는 겁니까?”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장 총리지명자의 위장전입과 투기 의혹, 아들의 국적 문제 등이 쟁점이 됐다. 특히 청문회는 첫 여성 총리지명자라는 점에다 의원들과 지명자 사이에 오간 ‘설전’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만했다. KBS MBC SBS는 신문을 통해 이날 오후 프로그램에 청문회를 중계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을 함께 안내했기 때문에 중계방송 속개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적지 않았다.

방송사측의 방송 중단에 대한 설명은 간단했다. “오전 질의에서 주요 내용이 대부분 나와 오후에는 시청률이 낮을 것 같아 중단했다.”

그 다음날인 30일 오후 2시.

이날도 청문회와 관련해 다시 한번 여러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오후에는 청문회 중계를 안 한다더니 오늘은 왜 합니까. 무슨 의혹이 있는 것 아닙니까.”

전날까지 KBS는 30일 청문회 중계방송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두 가지로 안내했고 MBC와 SBS는 아예 중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가 3사가 나란히 중계방송을 한 것이다. 한 방송사의 편성간부는 “낮 12시쯤 보도국으로부터 오후에도 중계방송을 해야 한다는 요청을 급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결국 방송 3사는 약속이나 한 듯 29일에는 다함께 중계를 중단했다가 30일엔 나란히 중계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방송사들이 급히 중계방송을 결정한 30일 오후 청문회에서는 19명의 관련 증인에 대한 심문이 이어졌다. 증인심문에서는 총리지명자의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한 해명성 발언 등이 이어졌다. 이화여대 관계자나 공무원 등이 많았기 때문이다. 총리지명자에게 불리한 내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면 중계를 중단하고 우호적인 얘기나 해명성 발언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면 중계를 계속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생길 만하다.

김수경기자 문화부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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