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탐구한 베르너 헤어조그 감독의 영화 ‘아귀레, 신의 분노’. 사진제공 백두대간
72년 작인 이 작품의 스타일은 지금 눈으로 보면 꽤 낡은 듯이 보인다. 음악도 단조롭고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구성도 평이하다. 안데스 산맥의 험준한 산과 아마존의 거센 물살 속에서 찍은 화면은 당시에는 웅장했을지 몰라도 요즘 관객의 세련된 눈을 사로잡기에는 밋밋하다.
그럼에도 아귀레역을 맡은 클라우스 킨스키의 깊고 푸른 눈이 관객을 압도하는 이 영화는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현재까지 유효한 ‘인간 탐구의 드라마’로서 별 손색이 없다.
이 작품은 도입부에 가파른 고지를 힘겹게 행군하는 군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들의 운명이 불길할 것임을 예고한다.
1560년 스페인 군대는 아마존 강을 따라 탐험하면서 전설의 황금도시 엘도라도를 찾아나선다. 지휘자 피사로는 밀림과 원주민의 습격으로 군대가 꼼짝 못하게 되자 40명의 선발대를 뽑는다. 귀족 출신의 우루수아(뤼 게라)가 선발대장으로, 냉혹한 성격의 아귀레(클라우스 킨스키)가 부대장으로 뽑힌다. 선발대는 식량과 황금을 찾아 뗏목을 타고 길을 떠났지만 곧 아마존의 거센 급류에 발목을 잡힌다. 우루수아는 뗏목 하나가 소용돌이에 휩싸여 대원 일부가 희생되자 복귀를 결심하지만 아귀레는 곧 황금의 땅이 나온다며 반란을 일으킨다.
영화를 이해하는 열쇠는 아귀레가 쥐고 있다. 그는 절대적인 자유를 추구하는 인물이면서도, 이를 위해 살인과 배반, 음모를 서슴치 않고 저지르는 반역자의 상반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아귀레는 모든 대원들이 희생된 뒤 “아귀레, 난 신의 분노다”고 홀로 외친다. 그를 옭아맸던 군대와 조국, 신(神)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이다.
좌절한 인간의 광기일까 아니면 절대적인 자유에 대한 갈망일까. 처음에는 영화 속에서 황금을 쫓는 존재로 그려진 아귀레는 자신을 신의 위치에 올려놓으면서 모든 구속을 거부한다.
인상적인 라스트 신에서 아귀레의 ‘위대한 반역’을 경청하는 존재가 원숭이 무리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인간이 원숭이를 ‘배반’하고 새로운 존재가 된 것처럼 아귀레도 인간을 배반하고 절대적인 존재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매일 첫 회 11시20분에는 이 작품의 영향을 받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리덕스’를 특별상영한다. 2일 서울 광화문 시네큐브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