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먼로 그대는 영원한 연인”…식지않는 추모 열기

  • 입력 2002년 8월 4일 17시 24분


슈피겔에 실린 스타덤에 오르기 전의 마릴린 먼로
슈피겔에 실린 스타덤에 오르기 전의 마릴린 먼로
당대의 ‘섹스 심벌’이자 한 시대의 ‘문화 코드’였던 마릴린 먼로(1926∼1962). 5일은 그가 의문의 죽음으로 은막 뒤로 사라진 지 40년이 되는 날이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근호에서 10쪽짜리 마릴린 먼로 특집 기사를 실었고 무명시절의 미공개 사진을 담은 사진집 ‘앙드레 드 디엔-마릴린’이 곧 출간될 예정이다. 영국에서는 마릴린 먼로가 영화 속에서 사용했던 소품, 액세서리의 경매행사가 마련된다.

사후 40년이 지나도록 식지 않는 마릴린 먼로에 대한 팬들의 숭배와 그 문화 사회적 의미, 그리고 파란많은 삶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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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로의 파란만장 36년 삶

▽TV로부터 관객을 되찾아라〓영화평론가 주유신씨는 마릴린 먼로에 대해 “다소 과장해서 평가한다면 ‘50년대 할리우드를 회생시켰다’고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50년대는 미국에서 TV가 보급되면서 영화 관객이 급감해 할리우드가 위기를 맞던 시기.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오락적 기능을 TV에 뺏긴 할리우드는 살아남기 위해 가족영화 대신 TV에서는 틀 수 없는 영화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자연히 선정성과 폭력성의 수위가 높아진 영화들이 등장했고 검열제도도 완화됐다.

성적 매력을 앞세운 마릴린 먼로는 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여배우다. 먼로는 TV화면으로는 결코 포착될 수 없는, 영화 스크린에서 빛을 발하는 배우였다. 먼로는 TV에 빼앗겼던 영화팬, 특히 남성팬들을 다시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영화배우로 데뷔하기 전인 19세때 사진 [사진제공=슈피겔]

▽죽어서 신화가 된 배우〓50년대 할리우드는 이른바 ‘스타 소시지 공장’이나 다름없었다.신인이 나타나면 홍보전문가들이 달려들어 이름을 새로 짓고, 과거사를 날조하고, 얼굴을 뜯어고치고, 이미지를 새로 만들어줬다. 사회는 스타를 원하고 있었고, 할리우드는 사람들이 원하는 인형을 생산했다.

마릴린 먼로 역시 이름부터 이미지까지 모두 할리우드의 스튜디오가 만들어낸 ‘기획 상품’이다.

1946년 스무살의 노마 진 베이커는 20세기 폭스의 제작책임자 대릴 자눅과 계약을 맺고 ‘마릴린 먼로’가 됐다. 흔히 ‘MM’으로 불리는 마릴린 먼로라는 이름도 뽀뽀를 두 번하는 입모양에서 따와서 탄생한 것이다. 어두웠던 먼로의 과거와 현란한 사생활마저도 ‘상품’으로 포장됐다.

‘섹스 심벌’ ‘관능의 여신’의 이미지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와도 맞아떨어졌다. 50년대 미국 사회는 섹스에 대한 재해석이 한창이었다. ‘성(性)’의 해석을 놓고 TV에서는 연일 토론을 벌였고 ‘프로이트’는 사회, 문화의 키워드였다. 이런 가운데 성을 순수하고 즐기는 것으로 보이도록 하는 마케팅 전략이 먹혀들기 시작했으며, 먼로는 성을 원하는 대중에 의해 스타로 자리잡게 됐다.

‘스타 시스템’의 저자인 김호석씨는 “그녀는 할리우드 스타시스템 안에서 가장 성공한 스타”라며 “사람들이 스타에게 품고 있는 환상과 실제 먼로가 살았던 영화같은 삶이 일치했던 데다 정상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음으로써 환상에서 다시 신화(神話)가 됐다”고 말했다.

대표작 '7년만의 외출'에서 먼로의 고혹적인 모습 [사진제공=슈피겔]

▽대중 문화의 아이콘〓먼로는 대중문화와 소비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팝아트(Pop Art)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노래하는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야말로 소비가 미덕인 시대의 위선과 욕망을 가장 잘 표현하는 소재였던 것.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은 자신의 작품 ‘마릴린 먼로’(1964년)에서 마릴린 먼로의 얼굴을 실크 스크린으로 수없이 찍어냈다.

미술평론가 강태희(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세계의 모든 팝작가가 한 번씩은 마릴린 먼로를 그렸을 정도로 그녀는 팝아트의 아이콘으로 대접받고 있다”며 “먼로는 대량소비사회의 산물인 팝아트의 가장 중요한 소재”라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이수연씨는 “먼로가 주연한 영화들이 예술성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대중문화 전반에 걸친 그의 영향력은 지금까지 지대하다”며 “가수 마돈나도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이를 포스트 모던적으로 계승함으로써 전 세계의 대중을 사로잡았다”고 말했다. 마돈나는 자신의 노래 ‘보그(Vogue)’에서 마릴린 먼로를 비롯 할리우드 여배우를 찬양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먼로는 ‘먼로 워크’(Monroe Walk·엉덩이를 흔들며 걷는 걸음걸이를 지칭), ‘먼로 룩’(Monroe -Look·허리를 졸라매고 풍만한 가슴을 강조하는 글래머룩을 지칭하는 패션용어), ‘먼로 효과’(도심의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길에서 잘 일어나는 기류의 소용돌이로 영화 ‘7년만의 외출’에서 먼로의 치마가 지하철 환기통 바람으로 치솟는 장면에서 비롯)등의 일반 명사를 만들어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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