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한상영 판정 '죽어도 좋아' 토론회 찬반 열기

  • 입력 2002년 8월 8일 17시 24분


“홀로 된 아버님을 재혼시켜드리지 못하고 돌아가시게 한 일이 두고두고 후회된다. 자식과 함께 살 때 일부러 새벽 4시에 집을 나섰던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을 40대 은행원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영화 ‘죽어도 좋아’를 통해 노인들의 성과 사랑을 새롭게 알게 됐다”면서 “이 작품은 기성 세대를 위한 성 교육을 위해서라도 꼭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제한 상영가’ 판정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영화 ‘죽어도 좋아’(감독 박진표)에 관한 토론회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훈동 미로 스페이스에서 열렸다.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가 주최한 이 행사는 영화 상영에 이어 패널 토론, 200여명의 참석자들 사이의 열띤 난상토론으로 진행됐다.

당초 객석의 참석자에 의해 ‘제한 상영가’ 판정을 옹호할 패널로 지목됐던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최선희 정책위원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구강 성교와 성기 노출을 제한 상영가 판정의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 부분이 빠진다면 제대로 된 드라마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연대 정책기획위원장인 강내희씨(중앙대 교수)는 “18세 넘은 아들 딸에게 이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며 “영화를 볼 것인가 말 것인가는 성인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참가단체의 성향과 영화 팬이 주로 20, 30대의 젊은 층이라는 특성 때문에 등급위원회의 제한상영가 판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외로운 소수’를 자처한 반대 의견도 있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최태연 운영위원(천안대 교수)는 “내가 기윤실에 있다고 금욕주의자는 아니다”면서 “문제된 구강성교나 실제 성행위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않고도 얼마든지 연출 의도를 표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토론회에서는 내가 소수이지만 등급위 위원의 결정은 사회적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작사인 메이필름은 등급위 규정에 따라 최초 등급을 신청했던 필름 그대로 다음주 초 재심을 신청할 예정이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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