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PD출신으로 영화 흥행을 맛본 사람은 ‘닥터 봉’과 ‘자귀모’를 연출한 이광훈 감독정도다.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 ‘별은 내 가슴에’ 등을 성공시키며 흥행의 마술사로 불리던 이진석PD는 영화 ‘체인지’에서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드라마 ‘아스팔트의 사나이’와 ‘아름다운 날들’ 등을 연출했던 이장수PD는 정우성과 고소영이라는 빅 스타를 캐스팅한 영화 ‘러브’에서 실패했다.
드라마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을 연출했던 황인뢰PD는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영상을 연출해 그의 작품은 늘 “영화 같다”라는 평을 들을 정도였지만 김승우 심혜진을 동원해 만들었던 영화 ‘꽃을 든 남자’도 관객이 외면했다.
드라마 ‘종합병원’의 신드롬을 만들어냈던 최윤석 PD는 이 드라마의 주연 신은경을 그대로 기용해 같은 제목의 영화 ‘종합병원’을 찍었지만 극장가에서 한달을 못 버텼다. 드라마 ‘모래시계’를 연출했던 김종학 감독은 영화 ‘쿠테타’를 오랫동안 준비했으나 결국 포기했다.
60분짜리 드라마를 최소한 16부에서 50부까지 연출했던 드라마PD들이 100분에서 120분짜리 영화 한편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구구절절 사연을 늘어놓아야 하는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생략 비약 절제의 기법을 사용해야 하며 드라마보다 강한 극적 장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수십 편의 드라마를 연출해온 PD들의 역량은 도제식으로 수업을 받아 온 충무로 감독들에 견주어 뒤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드라마를 경시하는 충무로의 보이지 않는 텃세가 영화에 나선 PD들에게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스타급 연기자들이 드라마를 회피하고 영화에만 전념하는 경향이 있다. 따지고 보면 이들이 신인이었을 때 발탁했던 PD들은 최근 이들을 캐스팅하려다 거절당하면 어이없어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최근 드라마 PD들의 충무로행이 다시 러시를 이루고 있다. 드라마 ‘피아노’를 연출했던 오종록 PD는 영화 작업에 들어갔고, 다른 스타급 PD들도 영화 연출 계획을 갖고 있다. ‘겨울 연가’의 윤석호, ‘애인’ 의 이창순, ‘왕초’의 장용우, ‘명랑 소녀 성공기’의 장기홍, ‘거짓말’의 표민수 PD 등은 영화에 대한 PD들의 징크스를 깨줄 ‘간판 선수’로 여겨지고 있다.
방송사 PD들은 대부분 ‘선생님’으로 불리지만 드라마 PD만큼은 ‘감독님’으로 통한다. 할리우드에도 TV드라마를 만들다가 영화로 옮겨 성공한 거장 감독들이 많다.
감독 구인난에 빠져 있는 한국 영화계가 재능있는 드라마 PD들과 연계해 한국 영화의 중흥기를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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