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는 한국 김지운, 홍콩 첸커신(陳可辛), 태국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 등 아시아 3개국 감독의 작품을 묶은 옴니버스 영화다. 3개국 자본과 인력이 결합된 작품으로 아시아 시장을 겨냥했다. 제작비는 30억원. 공포 냄새가 전혀 풍기지 않는 ‘쓰리’란 영화 제목은 불가피했다. 30분 분량의 단편 3편이 나란히 공포를 향해 뛰어가지만 공포를 만드는 방식과 스타일, 화면이 모두 뚜렷하게 다르다. 세 가지 맛의 공포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면서도 ‘한 지붕 세 가족’의 어울리지 않는 동거일 수도 있다.》
#메모리즈(Memories)
이 작품은 ‘조용한 가족’ ‘반칙왕’ 등 사회성 짙은 코미디 장르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여온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반란’이다. 세 편 가운데 가장 도회적이고 차가운 느낌의 공포를 제공한다.
‘메모리즈’는 기억을 잃고 자신의 집을 찾아 헤매는 아내(김혜수)와 사라진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정보석)의 이야기를 담았다. 평범한 중산층 가장인 성민은 행복한 삶을 꿈꾸며 신도시로 이사를 온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갑자기 사라지자 성민은 불면과 환영에 시달리다 아내를 찾아나선다.
영화는 잊었거나, 잊고 싶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머리 속에서 지워버린 기억이 되살아날 때 느끼게 되는 의식의 공포를 그렸다. 이 작품의 공포는 ‘깜짝’류가 아니라 스멀스멀 다가오는 기분 나쁜 촉감과 비슷하다.
관객들은 서로를 찾는 부부의 모습을 따라가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를 차츰 알게 된다.
신도시의 황량한 모습을 배경으로 현대인의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궁핍을 동시에 그린 화면이 인상적이다. 약간의 집중력이 요구되지만 세 편 가운데 공포의 여운은 가장 길다.
#휠(Wheel)
태국에서 ‘낭낙’으로 ‘타이타닉’의 흥행 기록을 깨뜨린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의 작품. 세 편 가운데 가장 동양적이면서 전통적인 색깔의 공포를 전달한다.
이 작품은 인형의 신비한 저주와 인간의 욕망이 불러일으키는 비극을 그렸다.
태국 전통 무용극을 하는 통은 인형극의 장인(匠人)으로 부를 거머쥔 타오를 시기한다. 타오는 온몸이 마비되는 심한 병을 앓게 되자 인형의 저주를 받았다고 생각해 아내와 아들에게 인형을 물에 버리라고 한다.
하지만 두 모자는 물에 빠져 죽고 타오는 집에 불이 나 죽는다.
타오의 인형을 훔쳐낸 통은 인형극으로 부자가 될 것을 꿈꾼다. 하지만 죽은 타오의 수제자 간(수위니트 판자마와트)은 타오에게 인형의 저주가 내린다며 경고한다.
영화는 인형, 불, 물, 꿈 등 다양한 상징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원색의 색채로 담아냈다. 반전(反轉) 없이 지나치게 단순한 권선징악형의 플롯이 상투적이다.
#고잉 홈(Going Home)
첸커신 감독의 ‘고잉…’은 공포 영화를 표방했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멜로 영화 또는 귀향을 주제로 한 드라마로 읽혀질 수도 있다.
이 작품은 홍콩을 배경으로 아내의 시체와 함께 사는 한의사 위(여명)의 얘기를 그렸다.한 남성의 순애보와 조성우의 음악이 어우러져 한편의 감성적인 멜로 영화를 연상시킨다. 입주민이 차례로 떠나버린 폐허 직전의 아파트. 위는 3년간 죽은 아내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목욕을 시켜주면서 아내가 다시 살아날 것을 굳게 믿는다. 위가 사는 아파트로 이사온 경찰 천(증지위)은 실종된 아들을 찾아나섰다 위와 죽은 시체의 이상한 ‘동거’를 목격한다. 위는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천을 감금한다.
영화는 위의 사랑에다 낯선 곳에서 정착하지 못한 사람들의 아픔을 덧칠했다. 위에게 다 쓰러져가는 아파트는 보금자리가 아니다. 위는 매일 아내에게 “당신이 살아나면 중국 본토에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속삭인다.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영화 '쓰리'에 대한 평론가 20자평과 별점 | ||||
전찬일 | 소중한 그러나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만 3인3색.★★★ | |||
김영진 | 쿨한 공포, 지루한 협박, 황홀한 멜로가 묶인 세편.★★★☆ | |||
조희문 | 조금 무섭고, 많이 무거운 세 나라 감독의 3각 달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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