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한국서 태어난 혼혈인 부부의 삶

  • 입력 2002년 8월 18일 17시 49분


혼혈인 부부 배기철 안성자씨의 파란만장한 삶과 운명같은 사랑을 그린 KBS1 ‘인간극장’.사진제공 KBS

혼혈인 부부 배기철 안성자씨의 파란만장한 삶과 운명같은 사랑을 그린 KBS1 ‘인간극장’.사진제공 KBS

KBS1 ‘인간극장’은 19일∼23일 오후 7시 미군과 한국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부부 배기철 안성자씨의 굴곡많은 삶을 소개한다.

배씨는 하얀 피부에 파란 눈을 가졌고 안씨는 검은 피부에 고수머리를 지녔다. 이 둘은 외모는 외국인같으나 엄연히 한국 국민이다.

한국에서 그들은 늘 이방인이었다. 배씨는 친척들의 냉대와 멸시를 못이겨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가출해 밤무대를 전전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혼혈아를 다시 만들고 싶지 않다며 24세때 독신으로 살겠다고 작심한 끝에 아이를 갖지 못하는 수술까지 받았다. 안씨도 확연히 구별되는 외모로 험난한 사춘기를 지냈고 이태원 등을 떠돌며 무희 생활을 했다. 그들에게 삶은 고통의 연속이자 치욕이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운명같은 사랑이 찾아왔다. 두 사람은 40세때 서로 만나 현재 서울 길동 반지하방에 둘만의 보금자리를 꾸몄다. 두 사람은 생애 처음으로 평범한 행복을 맛보고 있다.

간혹 안씨의 우울증이 도져 배씨가 애를 먹기도 하지만 서로의 상처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보듬으며 살아간다.

배씨는 최근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 어머니의 묘소를 찾으려 했다. 아내에게 명절 때 찾아갈 곳 하나라도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에서다. 그러나 배씨의 연락을 받은 친척들은 그가 내려온다는 날부터 소식이 끊긴다. 세상의 냉대를 다시 한번 절감하지만 아내는 이내 힘을 낸다. 이제는 그에게도 든든한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배씨는 가전제품 외판원을 시작했으나 평생을 움츠리고 살아온 탓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현재 생계는 막노동으로 유지하고 있다. 아내 안씨도 생계에 보탬이 될만한 부업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