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최근호는 저예산 영화 ‘마이 빅 팻 그릭 웨딩 (My Big Fat Greek Wedding)’의 성공과 뒷이야기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지난 주말 미국 흥행 3위에 오른 이 영화의 제작비는 500만 달러로 미국 저예산 영화의 기준인 2000만 달러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제작비의 15배인 7500만 달러를 벌어 역대 로맨틱 코미디 사상 최고 수입기록을 세웠다. 4월19일 개봉 때 108개였던 상영관은 현재 1500개로 늘었고, 조만간 미국 흥행의 기준인 1억 달러도 돌파할 기세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전통을 중시하는 부모와 미국인 애인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는 그리스계 여성. 극본을 쓰고 주연을 맡은 그리스계 여배우 니아 바르달로스의 자전적 스토리라 할만하다.
소수 민족 출신인 탓에 변변한 배역을 얻지 못하고 나이트클럽 무대에 선 그는 그리스인 부모와 미국인 남편 사이의 해프닝을 소재로 코미디 쇼를 진행했다. 영화 대본까지 써두었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그에게 행운은 우연히 찾아왔다. 그의 코미디 쇼를 본 톰 행크스의 아내 리타 윌슨이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
스타부재의 이 영화가 성공을 거둔 것은 그리스계 이민자를 뛰어넘어 미국내 모든 소수민족 그룹에게 어필했기 때문. 멕시코에서 왔건, 중국에서 왔건,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영화속 이민자들의 갈등과 화해를 지켜보며 “내 이야기”라고 동일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기’를 경쾌한 톤으로 그려냈다는 점이 9.11 뉴욕 테러 이후 긍정적 자기 이미지를 갈망하던 미국인들에게 어필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