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 아르바이트를 하는 지환(차태현)에게 발신인 없는 편지가 계속 날아든다. 편지속에 동봉된 사진을 바라보며 지환은 5년전의 과거를 회상한다.
지환은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카페를 찾아온 수인(손예진)과 경희(이은주)를 알게 된다. 청순해 보이는 수인에게 한 눈에 반한 지환은 수인에게 “반했다”고 고백하지만 정중하게 거절당하고 대신 세 사람은 친구가 되기로 한다. 만남을 거듭하면서 지환은 소극적인 수인보다는 쾌활하고 씩씩한 경희에게 조금씩 마음이 끌린다.
신인 감독인 이 한은 ‘삼각관계’를 상투적인 갈등으로 풀어가는 대신, 두 여자간의 따뜻한 우정과 두 사람에게 헌신적인 남자의 순수한 마음을 얹어 섬세하게 그려냈다. 영화의 극적 재미를 위해 편지를 보내는 여성의 정체나 경희의 마음에 대한 지환의 오해는 마지막 반전과 함께 풀리도록 구성됐지만,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이미 결말을 짐작할 수 있는 탓에 효과는 크지 않다. 하지만 감정의 흐름을 차분하게 그려낸 덕분에 감수성이 풍부한 관객이라면 후반부에 들어서 눈물을 쏟게된다.
이 영화는 ‘성인’인 주인공들의 사랑과 우정을 다루면서도 의도적으로 막 첫사랑을 시작하는 10대 소년 소녀들의 여린 감성에 맞춘 탓에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이들의 순수함은 때로는 싱그럽기도 하지만 때로는 낯간지럽게 느껴진다. 세 사람이 각자 집에서 ‘일 포스티노’의 대사를 되뇌는 장면이 그 예. 특히 수인은 가족들 앞에서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전 사랑에 빠졌어요. 마음이 너무 아파요. 그런데 계속 아프고 싶어요”라는 영화 속 대사를 읊지만 그 절절한 마음에 공감하게 되기보다는 오히려 웃음을 짓게 된다. 12세 이상. 13일 개봉.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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