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의 차태현(위)과 '가문의 영광'의 정준호(왼쪽),'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박중훈(위)과 '유령'의 최민수
한가위를 겨냥해 개봉되는 한국 영화들에서도 ‘말랑말랑’해진 남자 캐릭터는 여전하다. ‘연애소설’에서 두 여자 친구의 뒤를 따라다니는 지환(차태현)은 여자들이 ‘함께 놀기 좋은’ 귀여운 남자다. ‘가문의 영광’에서 대서(정준호)도 강인한 남자와는 거리가 멀다. 학벌 좋고 생긴 건 말끔한데 행동거지는 ‘어벙’해 ‘저거 사람되려면 마누라 잘 만나야 되겠네’하는 인상을 준다.
영화속 남성 캐릭터의 이같은 변화는 2000년대 들어 영화속 여성 캐릭터가 강해져 가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통해 여성에 내재된 남성적 성격이 주목을 받는 것과 병행해 남성속에 있는 여성의 성격도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다.문화비평가 남승희씨는 책 ‘나는 미소년이 좋다’에서 “여성이 독립적이 될 때 쾌락적인 미소년 애호 경향이 생겨난다. 이는 남성에게 힘과 지위, 경제력 대신 아름다움을 욕망하는 독립적인 여성들의 출현에서 비롯된다. 남성을 대상화해서 볼 수 있는 여성들의 사회적 세력화가 진전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가을 개봉을 준비중인 멜로 영화들 속에서도 연상의 여자와 연하의 남자, 이혼녀와 총각, 시동생과 형수 등 기존 남녀 역할을 뒤집는 ‘파격’이 이어진다. 여자에겐 아름다움, 남자에겐 권력이 무기이던 시대가 가고 있다. 적어도 영화 속에서 성 역할의 질서는 전복되고 있다.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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