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개봉을 준비해온 영화들은 한가위 특수를 감안해 13일 뚜껑을 여는 것으로 날짜를 맞췄다. 이어 11월말까지 개봉 예정인 영화들은 외화를 포함해 모두 80여편. 올해 가을 개봉 예정인 영화들을 장르 별로 소개한다.
▼멜로▼
가을은 멜로의 계절. 한국영화 ‘연애소설’은 발신인 불명의 편지를 모티브 삼아 우정과 사랑을 넘나드는 ‘여자 둘 남자 하나’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마지막 반전은 느린 템포로 이어지던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멕 라이언의 ‘케이트 & 레오폴드’는 시대를 뛰어넘는 극적인 사랑을 그렸다.
‘연애소설’을 제외하고 올 가을 한국 멜로 영화들은 진지하다. ‘밀애’ ‘중독’ ‘질투는 나의 힘’ 등은 거절하기 어려운 유혹, 영혼간의 사랑, 질투와 선망을 오가는 심리 등 심각한 주제들을 다양하게 변주한다. 두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등만 바라보는 사랑 이야기인 ‘로드 무비’는 동성애를 소재로 사랑의 본질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
▼코미디▼
코미디 강세가 올 가을 극장가의 특징이다.
조선 최초로 조직된 들쭉날쭉 야구단이 한일전을 치르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그린 진지한 코미디 ‘YMCA 야구단’은 기대작 가운데 하나. ‘사랑하기 좋은 날’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등 야구 소재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며 한 우물을 파오던 김현석 감독의 감독 데뷔작이다. 송강호가 주연을 맡았다.
‘광복절 특사’는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에 이은 김상진 감독-박정우 작가 콤비의 세 번째 작품. 설경구와 차승원이 광복절 사면 대상에 포함된 줄도 모르고 탈옥을 감행했다가 뒤늦게 사면된다는 것을 알고 교도소 복귀 소동을 벌이는 ‘띨띨’한 죄수역을 맡았다. 김 감독은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5년전 술자리에서 한맥영화사 김형준 대표에게 100원에 샀다고 한다.
조폭 가문 형제들이 ‘학벌’까지 갖고 싶어 여동생(김정은)과 엘리트(정준호)의 결혼작전을 펼치는 ‘가문의 영광’, 취미로 도둑질을 하는 엘리트 게임개발자(소지섭)와 소심한 공무원(박상면)의 대결을 그린 ‘도둑맞곤 못살아’, 전직 국가대표 배구선수(배두나)의 덜떨어진 남편 구출작전을 그린 ‘굳세어라 금순아’, 류승범 공효진 임은경 등 젊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품행 제로’, 넘쳐나는 호르몬을 주체하지 못하는 다섯 악동의 이야기인 ‘몽정기’ 등도 가을에 찾아올 한국 코미디 영화들.
할리우드 코미디들 중에는 ‘오스틴 파워’ 시리즈의 3탄인 ‘오스틴 파워:골드 멤버’, 프랭크 카프라의 ‘디즈씨, 도시에 가다’를 리메이크한 ‘미스터 디즈’ 등이 국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찰리 채플린의 고전 ‘위대한 독재자’(1940년작)도 디지털로 복원돼 재상영된다.
▼액션▼
‘거대 예산’을 들인 한국형 블록버스터 액션 2편도 가을에 개봉된다. 한국영화사상 최다 제작비(110억원)를 들인 장선우 감독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어떤 흥행 성적을 거둘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총제작비 70억원을 들인 ‘튜브’는 지하철을 배경으로 한 액션 영화.
할리우드 액션물 중 CIA로부터 배신당한 요원이 생존 투쟁을 벌이는 스파이 액션 영화인 ‘본 아이덴터티’는 액션 영웅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맡았다. 미국 10대들의 영웅인 빈 디젤의 ‘트리플 X’도 기존 액션 영웅의 고정 이미지를 깬다.
동서간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K-19’(10월3일)는 ‘폭풍 속으로’ 등을 만든 여성감독 캐서린 비글로가 만든 잠수함 영화다.
▼스릴러▼
‘양들의 침묵’을 연상시키는 한국과 미국의 스릴러가 비슷한 시기에 선보인다. 한국영화 ‘H’는 연쇄 살인이 벌어지는데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감옥에 있다는 설정을 토대로 관객의 추리력을 시험하는 스릴러. 미국영화 ‘레드 드래곤’은 ‘양들의 침묵’의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살인마 한니발 렉터의 과거사를 들춘다. 앤서니 홉킨스와 에드워드 노튼이 주연을 맡았다. 낙태로 인해 세상과 만나지 못한 아기들이 폐쇄된 인터넷 사이트에 모여있다는 설정을 토대로 한 한국영화 ‘하얀방’도 주목된다.
▼드라마▼
만드는 작품마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은 장동건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됐던 영화. 민간인을 쏴 죽인 해안초소 군인과 그 사건으로 미친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철책으로 갈라선 나라에서 민간인과 군인의 경계, 끝을 모르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올 가을에 만날 할리우드 영화들은 ‘부성애’를 화두로 삼은 듯하다. 갱스터 영화 ‘로드 투 퍼디션’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아이 엠 샘’은 일곱살 수준의 IQ에서 발달이 멈춰버린 정신지체아 샘(숀 펜)의 딸에 대한 눈물겨운 부성을 그렸다.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그의 차기작 ‘그녀에게’도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 ‘화장실 어디예요?’는 나카다 히데오, 박기형, 프루트 챈이 참가하는 디지털 네가의 ‘아시아 3개국 디지털 프로젝트’의 프루트 챈 작품. 아기였을 때 화장실에 버려졌던 동동이 병에 걸린 할머니의 명약을 찾아 여러 도시를 여행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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