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팔이 소녀가 ‘재림’할 수 있을까. 한국영화사상 최대 제작비(110억원), 제작과정의 불협화음, 오랜 제작 기간(4년)으로 공개되기 이전부터 말들이 많았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감독 장선우)이 13일 개봉된다.
이 영화는 가상현실과 현실을 오가는 설정, 액션의 스타일, 물리적 힘의 우위에 서는 영적인 힘에 대한 옹호까지 할리우드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시킨다. 마치 ‘매트릭스’의 ‘키치(Kitsch·의도적으로 저속함을 추구하는 예술 장르) 버전’같다.
요란한 색상의 화면과 의상, 의도적으로 과장된 대사와 액션 등 게임 속의 의도적 경박함은 게임 밖 슬픈 현실과 대비된다. 영화 속 게임 ‘스테이지 2’에서 총을 들고 반란을 꾀하는 성냥팔이 소녀의 모습, 사회에 만연한 폭력과 무관심에 대한 묘사는 현실에 대한 그 어떤 직설적 발언보다 강도가 세다.
영화 상세정보 | 동영상 | 스틸 |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 예고 | 예고 2 | 스틸컷 |
거액을 들인 영화답게 헬리콥터까지 등장하는 액션의 규모는 거대한 편. 그러나 세련되고 정교한 액션 대신 키치적 과장으로 일관해 액션의 긴장은 떨어진다. 성냥팔이 소녀가 간직하고 있는 준오(강타)와의 사랑 등 드라마적 요소가 약해 관객의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이 영화의 맹점.
장선우 감독은 한 영화에서 ‘게임 오버’로 끝나는 우울한 버전과 ‘유 윈’으로 끝나는 해피 엔딩 버전 등 두 가지를 제시한다. 다양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구조’라는 것이 만든 이들의 설명. 액션영화로 볼 수도 있고,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내 꿈을 꾼 것인가’를 묻는 장자의 호접몽처럼 꿈과 현실의 구분이 과연 유의미한가를 생각케하는 철학적인 영화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제작사 측은 보도자료에 “대중적 재미와 철학적 깊이와 형식적 실험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느냐에 이 영화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썼다. 이제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15세이상 관람가.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