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성냥팔이소녀의 재앙

  • 입력 2002년 9월 16일 16시 03분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제작비 등으로 개봉 전부터 논란이 됐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지난 주말 흥행은 참패로 드러났다.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제작비 등으로 개봉 전부터 논란이 됐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지난 주말 흥행은 참패로 드러났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앙인가.

지난 주말(14, 15일) 개봉된 장선우 감독의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하 '성소')'은 한국영화사상 최고 제작비인 110억원 (순제작비 92억원)을 들인 대작. 그만큼 주말 흥행 성적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으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전체 상영 영화중 꼴찌나 다름없는 7위에 그쳤다.

주말 서울 35개 상영관에서 '성소'를 본 관객은 2만2500명(전국 7만2900명). 심지어 상영관 수가 '성소'의 절반 수준(16개)인 영화 '오아시스'(2만6400명)보다 관객 수가 적다. '성소'의 배급 관계자는 "이 정도면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한 정도가 아니라 철저히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영화 상세정보동영상스틸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예고 | 예고 2스틸컷

이런 사태가 왜 벌어졌을까.

'성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영화를 본 뒤 '영화 전체가 장난' 같아서 충격받았다"며 "그 많은 투자비로 이런 실험을 한 제작자는 어떤 생각으로 관객들과 이 영화를 공유하려 한 것일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대학교에서 강의 도중 '성소'이야기를 꺼내면 20대 학생들이 불쾌하다는 식의 반응을 보여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대중영화는 대중을 즐겁게 해줘야 하는데, '성소'는 장선우 감독 특유의 선문답과 비웃는 톤으로 관객을 당혹스럽게 만든다"며 "약한 수준의 코미디 액션 멜로가 혼란스럽게 뒤섞여 눈길을 끌만한 요소가 거의 없는 것도 실패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진단했다.

영화 제작자들도 "실험정신이 투철"한 장선우 감독과 110억원 규모의 블록버스터의 결합 자체가 잘못된 만남"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제작자는 "주인공이 튜브 엔터테인먼트('성소' 투자사) 사무실에 총기를 난사하는 '성소'의 한 장면에서 보듯, 장감독은 시종일관 자기 자신과 기업화한 '제작 시스템'을 조롱하면서 영화를 찍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렇게 비대중적인 영화에 거액을 댄 제작 및 투자사"라고 말했다.

'성소'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최소 400만명의 관객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손익분기점을 넘기는커녕, 추석 연휴인 이번 주말까지 상영될 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배급 관계자는 "현재 '성소'를 상영하는 극장의 절반 가량은 주중에 간판을 내리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메가박스의 경우 부산 서면과 경기 수원점은 주중에 '성소'를 종영하기로 이미 결정한 상태다.

한국영화계는 '성소' 이전 '아 유 레디' 등 제작비가 80억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잇따른 흥행 실패로 인해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태다. 여기에 '성소'의 참패로 인해 투기 자본의 철수와 투자 위축 상황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