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전국 쿵쿵따대회' 1위 오정림양

  • 입력 2002년 9월 26일 19시 02분


슭곰발(큰 곰의 발), 슴샛과(슴새과의 새).

이런 단어들은 생소하지만 KBS2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의 ‘쿵쿵따’에서는 자주 나오는 말들이다. ‘쿵쿵따’는 세 음절로 된 명사로 끝말을 이어가며 승부를 겨루는 게임.

22일 방송된 추석 특집 ‘전국 쿵쿵따 시민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오정림양(15·방원중 3년·사진). 요즘 그는 학교에서 스타가 됐다. ‘쟤 맞지?’라고 소곤대는 친구들 곁을 지나칠 때면 어깨도 으쓱인다. 그가 3만여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쿵쿵따 달인’에 오르기까지 그는 국어 사전을 옆에 끼고 살았다.

“세음절로 시작되는 단어는 모조리 뒤져서 일일이 메모했죠. ‘꾼’이나 ‘녘’으로 시작되는 단어는 없어요. ‘장삿꾼’이나 ‘해질녘’은 상대를 ‘한방’에 보내버릴 수 있는 단어죠.”

그는 쉬는 시간이면 언제나 친구들과 모여 앉아 실전을 준비했다. 연습을 하다보면 ‘한방 단어’가 저절로 찾아지기 때문.

“‘실루엣’ ‘이니셜’ 같은 단어도 마찬가지지요. ‘이사틴’이라고 아세요? 화학물질의 하나인데요, ‘틴’으로 시작되는 단어도 거의 없죠.”

가족은 물론 국어선생님도 그에게 ‘한방 단어’를 귀뜸해주는 등 주위의 응원이 대단했다.

오양의 꿈은 성우다.

장래 연기를 해보고 싶지만 외모에만 치중하는 것이 싫어 ‘목소리 연기자’로 나설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방송에 관심이 많았고 이번 대회 출전도 큰 도움이 됐어요. 방송국 구경을 하고 나니 더욱 성우가 되고 싶던걸요.”

성적이 반에서 중상위권이라는 그는 “좋아하는 일에 한번 빠지면 다른 일은 제쳐놓고 몰두한다”며 “‘쿵쿵따’ 1위를 했듯 언젠가 내 꿈도 꼭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