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이국풍 고급주택가 주민들 드라마촬영금지 집단서명

  • 입력 2002년 9월 26일 19시 13분


‘방송사 드라마 촬영 물러가라!’

자그마한 정원과 야트막한 담장을 갖춘 2층 규모의 이국풍 고급 주택이 밀집한 경기 고양시 일산구 장항동 단독주택지 27블록 주민들이 방송사 등의 무분별한 촬영 때문에 생활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며 최근 ‘촬영금지 운동’에 나섰다.

이곳은 4∼5년 전부터 방송사와 광고회사 등의 주요 촬영지로 각광을 받아왔고 요즘은 거의 매일 촬영이 진행될 정도.

주민들이 촬영금지 운동까지 벌이게 된 것은 방송사 등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조명을 비추고 발전기를 돌려 소음을 내는 등 주민 생활에 큰 불편을 주고 있기 때문.

산책에 나서는 주민은 “촬영 중이니 저리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고 피아노를 연주할 경우 “녹음에 방해되니 조용히 해달라”, 야간에 자동차로 이동할 때는 “라이트가 방해되니 돌아서 가라”는 터무니없는 요청을 받는 등 주객이 전도된 삶을 살고 있다.

심지어 집안에서 짖는 애완견을 단속해 달라는 촬영스태프의 ‘잔소리’도 종종 듣는다.

또 야간에는 대형 트럭에 실린 발전기를 돌리는 통에 소음과 매연이 발생해 수면을 방해받는 것은 물론 수십명의 스태프가 버리고 간 쓰레기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것.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동네 치안을 확보하고 환경을 개선하려고 주민들이 조직한 ‘우리마을 지킴이’가 서명 운동에 나서 전체 550여 가구 중 300여 가구 주민들로부터 촬영 전면금지 동의 서명을 받았다. 주민들은 또 27일 강현석(姜賢錫) 고양시장을 만나 시 차원의 대책 마련도 촉구할 계획이다.우리 마을 지킴이 대표인 박관수(朴官洙·41)씨는 “주민들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는 촬영 때문에 생활 환경이 크게 악화됐다”며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는 방송사들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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