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야인시대’ 주인공 김두한 진짜 목소리 듣는다

  • 입력 2002년 10월 7일 18시 49분


1960년대 국회의원 시절의 김두한
1960년대 국회의원 시절의 김두한
SBS 드라마 ‘야인시대’가 시청률 50%에 가까이 가면서 실제 김두한의 이야기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아일보사의 시사주간지 ‘주간동아’는 8일 발간되는 최근호에 김두한이 1969년 10월 14일∼1970년 1월 26일 동아방송의 대담프로였던 ‘노변야화’에 출연해 당시 활약상을 밝힌 대담을 발굴해 공개했다. 60분짜리 테이프로 22개 분량인 방대한 자료 중 우미관 뒷골목 이야기, 야쿠자와의 대결 등을 요약했다. 대담은 당시 권오기 동아일보 논설위원(전 동아일보 사장·전 통일부총리)이 했으며 8일 오후부터 동아일보 인터넷 신문 ‘동아닷컴’(www.donga.com)에서 김두한의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

-아버지(김좌진 장군)에 대한 기억은?

“여섯살 적 외할머니와 함께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서 아버님을 상면했다. 키가 크고 살이 단단했다. 잘 때도 항상 총을 옆에 차고 있었다. 키는 6척이 조금 넘었다.”

-우미관 뒷골목 시절 이야기를 해달라.

“구마적은 자동차를 한 손으로 들 만큼 힘이 장사다. 선배니까 대중 앞에서 때릴 수는 없고 밤 10시쯤 종로극장 뒤쪽으로 불러 ‘아침밥도 못 먹는 애들을 때리니 선배로 존경할 수 없어 내가 당신을 좀 때려야겠다’고 충고했다. 휙 뜨면서 두 발로 안면을 내질렀더니 푹 거꾸러졌다. 내 나이 스무살 나는 ‘오야붕’이 됐다.”

-일본 야쿠자와 싸운 이야기도 유명하던데….

“명동 맥주집에 갔는데 하야시 패거리가 아니꼽다며 접시를 던졌다. 한판 붙자고 했더니 8명이 단도를 들고 빙 둘러싸더라. 상대가 칼 들고 날아 오는 걸 쓱 비키면서 발로 탁 치면 상대 몸이 빙 돌게 돼 있다. 그런 방법으로 모조리 해치웠다. 싸움에 지니까 일본 야쿠자들이 칼을 앞에 갖다놓고 ‘형님’하며 큰절을 하더라.”

-종로경찰서 마루오카와의 한판은 어땠나.

“경찰들이 못살게 구니 한판 붙어야겠는데 방법이 없었다. 유도선수 출신 김무옥을 첩자로 보내 기술을 배워왔다. 얼마 후 마루오카에게 ‘팔다리가 꺾이고 머리가 쪼개져도 서로 고소하지 말고 남자답게 싸우자’고 했다. 마루오카가 달려 들어올 때 오른발로 정강이를 냅다 치니 비틀거렸다. 이때 목의 급소를 공격하고 공중으로 붕 날아 등을 확 찍었다.”

-종로서 고등계 미와 형사와 악연이라고 들었다.

“당시 독립운동하는 사람치고 미와한테 안 당한 사람이 없다. 광복이 되자마자 미와의 집으로 뛰어갔다. 지하실에 숨어 있던 미와를 남산 약수터로 끌고 나와 죽인 뒤 파묻었다. 순국 선열에 대한 복수를 한 거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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