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한 일대기는 1974년 이대근 주연의 ‘실록 김두한’ 이래로 수차례 영화화됐다(김두한은 1969년 제작된 ‘팔도사나이’가 자신의 반생을 그린 영화라고 증언했으나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다른 이름으로 등장한다). 초기 작품들은 일제시대를 풍미한 단순 주먹으로 그려졌으나 90년대 ‘장군의 아들’부터 그가 독립군총사령관 김좌진의 아들로서 일제시대 핍박받는 민중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과정을 부각시켰다.
영화 ‘장군의 아들’의 바통을 이어받은 드라마 ‘야인시대’는 김두한을 더욱 신격화했다. 영화평론가 이상용씨는 “액션의 리얼리즘 차원에서 보면 ‘장군의 아들’은 정통, ‘야인시대’는 변칙”이라고 말한다. 영화 ‘장군의 아들’이 액션을 연속동작으로 찍어 사실적으로 그리려 한 반면, 드라마는 스톱모션을 자주 사용해 속도감과 박진감을 극대화하는 등 마치 만화처럼 만들었다. 내용면에서는 드라마가 김두한의 혈통이나 시대적 배경을 자세히 깔아 그가 ‘항일주먹’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시청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드라마의 약진에 힘입어 ‘김두한’을 내건 소설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드라마 원작소설 ‘야인시대’를 비롯해 오세발의 ‘풍운아 김두한’, 이룡의 ‘야인 김두한’, 홍성유의 ‘장군의 아들’ 등 신작과 구간 소설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한편 장호근의 ‘신무풍지대’는 1950년대 이후 2기 ‘주먹’들의 계보를 총정리해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그 밖에 김두한과 더불어 한국 최고의 협객으로 떠오르고 있는 시라소니 이성순과 ‘바람의 파이터’ 최영의(1930년대 일본으로 건너가 가라데의 최고봉인 극진 가라데를 창시한 인물)의 일대기도 제작될 예정이어서 ‘협객’ 바람은 내년까지 영화계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