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망의 막을 여는 SBS 사극 ‘대망’의 중심에는 두 남자가 있다.
배다른 형제로 태어나 돈이든 여자든 사사건건 부딪치는 시영(한재석)과 재영(장혁). 다소 비약해 구분하자면 시영은 악(惡)의,
재영은 선(善)의 화신이다.
9일 시사회장에 나타난 두 배우의 모습은 대조적이었다.
회색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한재석은 7월 종영한 SBS 드라마 ‘유리구두’의 귀공자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반면 속이 훤히 비치는 ‘시쓰루 룩’ 티셔츠에 가죽 재킷을
걸쳐 입고 긴 머리를 ‘맥아더’ 선글래스로 넘긴 장혁은 영화 ‘정글주스’에서 보여줬던 ‘양아치적’ 이미지를 풍겼다. 문득 떠오르는 의문 하나.
‘배역 설정이 제대로 된 거 맞아?’
▼배다른 형제의 엇갈린 인생행로▼
“데뷔 이후 착한 배역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유(柔)의 카리스마’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장혁)
장혁이 맡은 재영 역은 너그럽고 부드러운 심성의 소유자.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장삿꾼 아버지(박상원)에게 환멸을 느끼고 집을 떠나 개성상인 최선재(박영규) 휘하로 들어간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덕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의 전형을 보여준다.
“무(武)의 카리스마가 남자답죠. 시영은 누구나 탐낼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이에요. 저 역시 데뷔 이후 이렇게 강한 역은 처음입니다.”(한재석)
시영은 아버지의 냉혹함을 그대로 물려받은 인물. 가업을 이으면서 그 잔혹함은 한층 고조된다. 시영은 극중에서도 날아다니며 칼을 휘두를 만큼 무술 실력도 뛰어나다.
“드라마 촬영 전 3개월정도 액션 스쿨에서 무술을 ‘연마’했죠.”(한재석)
▼‘보호하고 싶은 남자’와 ‘같이 살고 싶은 남자’▼
“시영은 여성에게 모성 본능을 일으키는 남자에요. 재영이요? 음…, 같이 살고 싶은 남자죠.”(장혁)
한재석도 순순히 동의했다.
“시영이 아무리 나빠도 여진(이요원)에 대한 마음은 진실하죠. 동생의 연인이기도 했던 여진의 마음을 사기 위해 거의 ‘발악’을 합니다. 그러니 안쓰러울 수 밖에.”(한재석)
이번 드라마는 고화질(HD)TV 방식으로 촬영된다. 얼굴의 잡티까지 화면에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피부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어요. 여자처럼 화장하는 것도 아니고. 요즘 오이팩 열심히 하고 있죠.”(장혁)
오이팩을 한 장혁의 모습을 상상하니 그가 스스로 설명했듯 ‘같이 살고 싶은 남자’ 재영 역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래시계 키드의 ‘大望’▼
‘대망’은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에 이어 김종학 PD-송지나 작가가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모래시계’가 방영된 1995년에 장혁은 19세, 한재석은 22세였다. 장혁은 연기자 지망생이었고, 한재석은 갓 데뷔한 새내기였다.
“김종학-송지나 작품에 출연한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그저 신기할 따름이에요.”(장혁)
“‘모래시계’의 최민수나 고현정씨처럼 되고 싶어요.”(한재석)
두 사람의 스케줄 표는 ‘대망’ 촬영으로 가득 차 있다. 당분간 모든 활동을 접고 ‘대망’에만 전념할 예정.
“영화는 워낙 아픈 기억이 있어서 당분간 자제할 겁니다.(영화 데뷔작 ‘맥주보다 애인이 좋은 일곱가지 이유’는 흥행에 참패했다) 정말 일생에 남을 작품만 찍겠습니다.”(한재석)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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