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할리우드에서 로맨틱 코미디가 ‘멸종 장르’가 돼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한된 제작비, 뻔한 스토리, 여성으로 한정된 관객 등 때문에 영화 제작 스튜디오들이 로맨틱 코미디 제작을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스튜디오는 로맨틱 코미디의 수익성에 회의적이다. 제작비의 양극화 현상은 요즘 할리우드의 추세. 스튜디오들은 해외시장이나 캐릭터 등 파생 상품까지 염두에 두고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를 만들거나 아니면 아예 싼 제작비를 들여 쉽게 수익을 뽑아낼 수 있는 저예산 영화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 올해 미국 박스오피스 기록을 세웠던 ‘스파이더 맨’이 전자라면 1000만달러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져 거의 3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던 ‘크로커다일 헌터’가 후자다.
반면 로맨틱 코미디는 수익성이 높지 않은 장르로 꼽힌다. 한때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불리며 흥행 보증수표로 꼽혔던 멕 라이언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케이트와 레오폴드’의 경우 5000만달러의 예산이 들었지만 미국내 수입은 간신히 제작비를 건진 정도. 무엇보다 로맨틱 코미디는 남성 관객들이 외면하는 것이 박스오피스에서 불리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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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는 쉽게 즐길 수 있는 장르이지만, 제작 과정은 엄청 힘들다. 무엇보다 누구나 예측가능한 ‘뻔한 결말’이 고민거리. 미국에서 성공을 거뒀던 로맨틱 코미디 ‘금발이 너무해’의 프로듀서 마크 플랫은 “관객들이 두 남녀 주인공이 결국 맺어진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보기 때문에 맺어지는 과정을 얼마나 흥미롭게 끌고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로맨틱 코미디를 가장 잘 쓸 수 있는 작가들이 ‘섹스 앤드 더 시티’ ‘프렌즈’ 등 TV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할리우드의 고민중 하나다.
남자 배우들이 로맨틱 코미디 출연을 꺼리는 것과 달리 여배우들은 이 분야에 훨씬 관심이 많다. 줄리아 로버츠, 르네 젤웨거, 제니퍼 로페즈, 샌드라 블록, 카메론 디아즈, 리즈 위더스푼 등이 로맨틱 코미디에 어울리는 여배우로 꼽힌다.
하지만 이 중에서 개봉 첫 주말의 박스 오피스를 보장해 주는 스타는 줄리아 로버츠와 샌드라 블록 정도다.
그러나 ‘노팅 힐’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등 로맨틱 코미디를 휩쓸었던 줄리아 로버츠는 최근 이 장르에서 손을 떼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관객이 로맨틱 코미디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다만 참신한 로맨틱 코미디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것. 올해 여름 미국 박스오피스의 가장 큰 이변으로 꼽히는 저예산 로맨틱 코미디 ‘마이 빅 팻 웨딩’의 성공이 이를 뒷받침한다.
로맨틱 코미디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인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진실성 있는 이야기와 살아있는 두 남녀 캐릭터, 그리고 감칠맛 나면서도 톡 쏘는 대사를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 할리우드의 진단이다.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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