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귀신이 씌웠다’는 말로 사기(邪氣)가 이는 곳에서 본래의 성품을 잃고 광기 어린 행동을 하는 현상을 일컫지만, 같은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된다는 것 때문에 꽤나 매력적인 영화, 연극, 만화의 소재다.
25일 개봉하는 한국영화 ‘중독’이 교통사고로 숨진 남편의 영혼이 시동생의 몸에 들어가는 빙의를 소재로 삼았다면, 11일 개봉된 일본영화 ‘비밀’은 교통사고로 숨진 아내의 영혼이 딸의 몸에 빙의된다고 설정하고 있다. ‘중독’에 대해 주연배우 이미연은 “빙의는 모티브일 뿐 그 자체를 다루는 것이 아니며 미리 공개하기 어려운 반전이 숨어 있다”고 귀띔했다.
일본의 경우, 만화 ‘견신’을 그린 마사야 호쿠조노의 신작 만화 ‘루카와 함께 있었던 여름’에선 이상한 광선을 쏘여 정신을 잃은 여동생의 몸을 ‘루카’라는 미래소녀가 차지하면서 남매 아닌 남매간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 남자의 몸에 여자의 영혼이 빙의되어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설정도 간혹 등장한다. 지난해 서울 대학로에서도 빙의 환자를 소재로 한 이색연극 ‘내 안에 누군가 있다’가 공연된 적이 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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