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영화 ‘접속’의 성공 이후 국내 정상의 여배우로 자리잡은 전도연이 5년만에 드라마 ‘별을 쏘다’로 TV에 컴백한다. 사진제공 SBS
이날 촬영현장엔 촬영스태프는 물론 프레야타운의 경호원, 전도연의 소속 매니지먼트사인 싸이더스의 매니저 10여명까지 총 출동해 배우를 보호하느라 긴장감이 감돌았다. 종일 서울시내 곳곳에서 야외촬영을 강행군하기로 돼 있는 이날 아침 하필 전도연이 D건설 전 회장의 아들과 사귄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매니저들은 촬영도중 시도 때도없이 들이닥치는 방송사 연예정보프로그램의 카메라를 온몸으로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했다. 연예인과 매니저의 꿈과 사랑, 배신과 음모를 그린 드라마 ‘별을 쏘다’보다 더 ‘드라마’적인 실제상황이었다.》
한없이 맑은 17세 소녀의 미소에서 바람난 요부(妖婦)의 농염함, 밑바닥 3류 깡패의 여자까지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 전도연. 영화계에서 캐스팅 0순위인 그가 11월 중순 밀려드는 시나리오를 마다하고 TV 드라마로 돌아온다. 97년 SBS드라마 ‘달팽이’ 이후 5년만이다. 개런티는 1회당 700만원으로 특급대우.
‘별을 쏘다’(윤성희 극본·이장수 연출)는 인생의 목표가 오로지 결혼뿐이었다가 연하의 배우를 연예계의 스타로 키우며 꿈과 사랑을 이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이날 지하철역에서 홀로 서서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전도연의 촉촉한 눈망울을 근접 촬영하던 이장수 PD는 “전도연은 어느 앵글에서 찍어도 화면을 꽉 채워주는 볼거리를 제공한다”며 “올해초 이 드라마를 기획할 때부터 모든 설정을 전도연에 맞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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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하고 귀여운 외모와 미워할 수 없는 내숭기, 타고난 다혈질 성격에 하는 짓마다 실수 연발, 그러나 최악의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는 낙천주의, 미모와 어려보이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해 웃음을 사지만 마침내 그런 여성스런 욕심까지 다 버리고 야심찬 꿈을 향해 돌진하는 여자…. 이런 여자가 바로 전도연이 ‘별을 쏘다’에서 맡은 매니저 소라역이다.
전도연은 “나이와 성격이 나와 가장 비슷한 드라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선택하는 영화마다 180도 연기 변신을 해온 전도연은 ‘자기 최면을 통한 역할 몰입이 매우 뛰어난’(심재명 명필름 대표) ‘본능에 연기를 맡겨버리는’(영화배우 정찬) 배우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TV 드라마에서는 전도연은 연기변신 보다는 그동안 쌓아왔던 ‘전도연 그 자체’의 강렬한 이미지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멜로드라마에서 상대역은 조인성. 배우 지망생이면서도 글을 읽지 못하는 ‘난독증’(難讀症)이란 희귀병을 앓고 있다.
매니저인 전도연은 그에게 대사 암기는 물론 ‘키스신 찍는 법’까지 직접 실연하는 등 헌신적인 연기 지도를 하다가 결국 사랑을 맺게 된다.
드라마 ‘피아노’ 이후 1년만에 방송에 복귀한 조인성은 “도연이 누나가 ‘방송 오랜만이니까 도와달라’고 부탁했는데, 최고의 여배우와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밝게 웃었다.
그는 “드라마 속에서 매니저인 ‘소라’에게 연기 지도를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번 기회에 드라마 안팎에서 연기를 제대로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