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대전의 끝무렵 ‘토매니아’국의 유태인 병사 찰리는 장교 슐츠를 구하다 비행기 추락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긴 세월을 병원에서 보낸 찰리는 고향으로 돌아오나 전쟁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고향에는 독재가 힌클이 유태인을 탄압하고 있었다. 찰리는 힌클의 군대에 맞서다 처형될 뻔하지만 슐츠의 도움으로 풀려난다.
한편 힌클은 오스텔리치를 침략하기 위해 ‘박테리아’국의 독재자 나폴리니와 협상을 벌인다.
힌클과 찰리 역을 맡은 채플린은 완벽히 다른 두 캐릭터를 소화했다. 과장된 억양의 엉터리 독일어로 광기어린 연설을 하는 힌클과 브람스 ‘헝가리 무곡 5번’에 맞춰 코믹한 손놀림으로 면도를 하는 이발사 찰리는 동일인이라고 믿기 어렵다. 영화 마지막 비슷한 외모 때문에 힌클로 오해받은 찰리가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연설을 하는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장면이다.
이 영화는 히틀러에 대한 풍자다.
‘아리안 족’만의 세상을 만들려는 히틀러가 ‘세계 대전’과 ‘유대인 학살’이라는 비극을 불러온데 대해 영화는 욕절복통 코미디로 풍자한다. 히틀러는 그만큼 망상을 꿈꾸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당신은 아리안족인가”라는 슐츠의 질문에 “저는 채식주의자인데요”라고 말하는 찰리의 답변은 동문서답이지만 인종 차별이 무의하다는 점을 일갈하는 현답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히틀러가 모든 점령 지역에서 상영금지를 지시했다가 스스로 궁금하게 여겨 두차례에 걸쳐 상영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채플린은 당시 “그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죽도록 궁금하다”고 말했다는 후문. 감독, 각본, 프로듀서, 음악을 찰리 채플린이 직접 맡았다. 여주인공 폴레트 고다르는 채플린의 세 번째 부인이기도 하다. 전체 관람가.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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