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나네. 우리가 중학생 땐 말이야….”(♂)
영화 ‘몽정기’의 시사회 뒤 관객의 반응이 성별에 따라 엇갈렸다.
이 영화는 10대 남학생들의 성적 호기심을 여성에 대한 ‘성희롱’을 연상시킬만큼 아슬아슬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공병철(이범수)선생의 반 학생들인 동현(노형욱) 석구(전재형) 상민(정대훈) 영재(안재홍)는 단짝 친구다. 이들은 모였다 하면 “여자의 성기가 어떻게 생겼을까” “섹스할 때 느낌은 어떨까”로 수다를 떤다.
이들은 교생 실습을 나온 유리(김선아)를 대상으로 성적 환상을 펼치고 유리와 병철의 연애가 또다른 에피소드로 맞물려 전개된다.
이 영화는 ‘몽정기’에 있는 10대 소년들이 성에 대해 좌충우돌하는 성장 영화의 일면을 지니고 있다. 사춘기 소년들이 성적 호기심 때문에 어쩔줄몰라하는 대목은 웃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몽정기’ 남학생들의 성적 호기심을 과대포장해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
흥분한 남학생들이 사발면에 구멍을 뚫어 욕구를 해결하거나 참외 가운데 부분에 손을 집어넣으며 성적 상상을 하는 장면, 홍합을 보며 여성의 성기를 설명하는 장면은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등급이 무색하다.
초반 ‘섹스’에만 초점을 맞췄던 이 영화는 후반에 들어서 ‘섹스 코미디’의 껍집을 벗고 ‘성장 영화’의 면모를 갖춘다.
유리를 짝사랑하는 동현이 병철과 유리를 엮어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나 유리를 모욕하려는 친구를 혼내주는 장면이 그것이다. 동현은 궁극적으로 유리를 통해 여성의 몸에 대한 호기심의 차원을 벗어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다.
10년 뒤 유리가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여학교로 교생 실습을 나온 석구가 학생들의 장난에 당황하는 모습은 기억에 남을만한 장면이다.
가수 싸이가 어른이 된 석구로 깜짝 출연해 폭소를 자아냈다. 학생 관객을 겨냥해 수학능력시험일인 6일 개봉한다. 영화 ‘자카르타’의 정초신 감독 작품.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