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신동엽(31)은 11월초부터 SBS에서 자기 이름을 내건 버라이어티 쇼를 2개 진행한다. 대우도 회당 700만원으로 초특급니다. 그가 맡은 프로그램은 '신동엽과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화 밤 11·05) '신동엽과 남희석의 맨II맨'(일 밤 9·55) 등.
지난달 31일 경기 일산 SBS탄현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다. 부스스한 머리에 까칠한 얼굴, 잠을 못잔듯한 충혈된 눈으로 기자를 맞은 그는 "하루 서너시간 밖에 못자면서 프로그램 기획에 골몰하고 있다"고 했다.
-PD가 아닌데 기획을 왜 직접 하나?
“어떻게 들릴 지는 모르겠지만 ‘PD 마인드’를 갖고 있다. 차린 밥상에서 먹기만 해선 안된다. 기획 회의에 참여하면서 아이디어도 내고. 700만원이 적은 돈도 아니고, 그만큼 값을 하지 않겠나(웃음).”
-출연료가 적정한가.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크게 성장했는데 개그맨에 대한 대우는 여전히 좋지 않다. 아직도 ‘코미디는 저급하다’는 시선이 남아 있다. 출연료 인상은 코미디에 대한 인식을 끌어올리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1991년 데뷔 이후 지금까지 ‘투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가도 오르고….(웃음)”
이런 게 신동엽식 유머다.
사뭇 진지하다가도 분위기가 무겁다 싶으면 마지막 한마디로 웃겨버리는. 이런 그의 ‘개그 코드’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신장개업, 러브하우스’ ‘느낌표-하자하자’를 진행하면서 진가를 발휘했다.
“정신없이 웃고 잊어버리는 개그를 하고 싶어요. MBC 프로그램을 통해 각인된 ‘앤젤’의 이미지를 벗어 버릴 때가 된 거죠.”
-그 프로그램을 통해 느낀 점은.
“어려운 이웃을 보며 ‘감사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으나 그것조차 이기적인 게 아닌가 싶다. 사소한 일상의 행복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도 들고.”
그는 6월 ‘하자하자’를 그만 둔 뒤 잠시 여유를 즐겼다. 친구,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일상’을 느꼈다.
“얼마전 이모님 회갑 잔치에 갔는데 가족 중에 연예인이 있으니 어디든 데려가 자랑하고 싶어하세요. 아버지와 바둑도 두고 소주도 한 잔 했습니다.”
그는 11년간 오래 쉰 적이 없다.
“‘재충전’에 대해 좀 회의적입니다. 사람이 무슨 배터리도 아니고…. 조금씩 짬을 내면 언제든 쉴 수 있고 하루라도 무료한 게 싫어요.”
-이제 30대인데, 20대와 다르지 않나.
“우선 체력적으로, 달리다가 잘 넘어지고, 음식 먹을 때도 잘 흘린다.(웃음) 예전에는 남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이들을 보면 화가 났다. 형이 청각장애인이라 어렸을 때부터 늘 남을 먼저 생각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30대가 되니 그런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게 되더라.”
그는 술을 좋아한다.
“주종을 가리지 않고 마십니다. 술 자리만큼 서로를 이어주는 것도 없어요.”
-오늘처럼 구름 낀 날씨엔 어떤 술이 좋은가.
“막걸리에 파전. 서울 신촌에 파전 진짜 맛있게 하는 집 있는데….”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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