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최승희가 무용 공연에서 쓴 초립동 모자(왼쪽)와 파리의 패션쇼에 등장한 초립모.사진제공 다큐서울
20일 KBS1TV에서 방영하는 최승희 탄생 90주년 다큐멘터리의 ‘1부-세계를 사로잡은 조선의 마돈나’(밤 12시)는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유행했던 최승희의 ‘초립동 모자 패션’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최승희는 1930년대 중반부터 유럽 미국 중국 남미 등 세계 각지를 순회 공연하며 한국 전통 춤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인도 등 동방의 무용까지 집대성했다. 39년 파리에서 공연을 마친 최승희는 제자인 김백봉에게 “파리 사람들은 이상하다. 내가 공연 때 쓴 초립동 모자를 너도 나도 쓰고 다닌다”고 회고하며 ‘초립동 모자’의 유행을 흥미로워했다.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다큐 서울’의 정수웅 대표는 파리에서 1939년 열렸던 패션쇼 장면을 담은 필름을 찾아냈다. 이 패션쇼의 사회자는 “모자 디자이너인 생 시르씨가 짚으로 만든 ‘초립 모자’를 만들어 크게 유행시키고 있다”고 소개하는 장면이 나온다. 파리의 패션 모델들이 쓰고 나온 모자는 무용수 최승희가 공연에서 썼던 바로 그 초립동 모자였다.
최승희 다큐멘터리는 7월30일 일본 아사히 TV에서 먼저 방영돼 화제를 모았으며 정 대표가 8년 가까이 세계 각국을 돌면서 최승희의 발자취를 찾아 관련 필름과 자료, 증인들을 발굴해 제작한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최승희가 경주 석굴암 관음상을 무용으로 승화시켰으며 중국 둔황 석굴 벽화도 현대적인 무용으로 창작해 경극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도 밝힌다. 또 66년 최승희가 평양에서 인터뷰한 모습을 담은 필름도 공개된다. 이 장면은 필름으로 남아 있는 최승희의 마지막 모습으로 추정된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