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랩트’는 결말이 뻔히 보이지만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경찰의 수사보다 유괴범과 부모, 심지어 유괴당한 아이 간의 두뇌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면서 다른 유괴 영화와 차별화되기 때문.
조 히키(케빈 베이컨) 일당은 의사인 윌(스튜어트 타운젠드)과 카렌(샤를리즈 테론)의 딸 에비(다코타 패닝)를 납치한다. 조건은 24시간 내 25만 달러를 보내주면 아이를 순순히 놓아주겠다는 것. 히키 일당은 윌과 카렌, 에비를 각각 다른 장소에서 납치함으로써 이들의 무력감을 증폭시키려 한다.
그러나 윌 부부가 이들의 범행이 몸값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인 추리극이 펼쳐진다.
영화는 세 장소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립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추리 스토리를 비틀었다. ‘아이 엠 샘’으로 유명해진 아역배우 다코타 패닝은 ‘똑똑한 인질’ 역을 무리없이 소화했다.
그러나 윌 부부가 아이를 유괴당한 부모치곤 지나치게 냉정하게 대응하는 점이 리얼리티를 다소 떨어뜨린다. 히키가 의료 사고로 인해 아이를 잃은 충격으로 에비를 유괴한 뒤 나중에 “내가 키우겠다”고 말하는 장면은 어색하다.
영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의 루이스 만도키 감독. 18세 이상 관람가. 29일 개봉.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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