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에서는 박중훈과 최재성 등 당시 청춘스타를 쳐다보며 야심을 키워야 했고, 두번째 작품으로 선택한 강우석 감독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에서는 주인공으로 캐스팅이 됐다가 나중에 김보성에게 넘겨줘야 했다. 이후로도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너에게로 또 다시’ 등 하이틴 영화에 출연했으나 당시 최고 스타였던 최수종의 아성에 가려 조연에 그치고 말았다. 화제작이었던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에서는 지금도 동료들에게 놀림감이 되고 있는 강간범 역으로 출연했다.
김민종의 영화사랑은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여러 영화에 주연, 조연, 특별 출연, 목소리 출연 등을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한번도 그는 흥행의 짜릿함을 맛보지 못했고 영화제 단상에 당당하게 서보지 못했다.
1992년부터 가수 활동을 시작한 그는 배우보다 가수로 더 큰 성공을 거두었다. 7장의 음반은 물론 손지창과 함께 한 듀엣 음반, 그밖의 드라마 음반까지 대부분 성공했다. TV 드라마 ‘미스터 Q’ ‘수호천사’ ‘느낌’ ‘비밀’ 등에서는 높은 시청률과 함께 확실한 자리를 잡았지만 유독 영화만은 맘대로 되지 않았다.
윤다훈, 김보성과 함께 대표적인 의리파로 통하는 김민종은 한 번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놓지 않는다. 이경영과는 무려 10편의 영화에 같이 출연했고 이경영의 감독 데뷔작에도 출연했다. 이경영이 불미스런 사건으로 재판을 받을 때도 누구보다 앞장서서 달려가기도 했다.
23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김민종은 최선을 다했고 툭하면 우정 출연에 특별출연, 까메오로 나오느라 개런티도 제대로 못 받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출연한 영화 ‘패밀리’에는 개런티 대신 지분으로 참여했지만 흥행에 실패해 빈손으로 나와야 했다. 단골 포장마차에서 혼자 소주를 마시며 밤을 지샌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김민종은 최근 영화에 대한 14년 짝사랑을 접고 드라마와 가수 활동에만 전념해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새로 촬영에 들어간 영화 ‘나비’가 그를 다시 붙잡았다. ‘가문의 영광’으로 흥행 여배우가 된 김정은과 출연하는 이 영화에 김민종은 마지막 승부를 걸었다.
그는 SBS 드라마 ‘바다의 왕자’의 주연을 고사하고 음반 활동은 뒤로 미뤘으며 매일 영화사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현재 부산에서 진행되고 있는 ‘나비’의 촬영에 김민종은 신들린 듯 연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나비’는 한 여인을 사랑한 죄로 삼청교육대까지 가야만 했던 불행한 남자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이 작품으로 영원히 영화를 등질 뻔했던 김민종의 ‘상처’가 아물기를 기대해본다.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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