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3일부터 26일까지 서울 ‘하이퍼텍 나다’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열리는 고다르영화제에서는 ‘네 멋대로 해라’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두세 가지 것들’ 등 고다르의 대표작 16편이 상영된다. ‘새로운 흐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누벨바그는 고다르가 1950년대 프랑스의 저명한 영화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의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동료인 프랑수아 트뤼포, 에릭 로메르, 자크 리베트 등과 만나 당시 진부해진 영화 경향을 비판하고 새 영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나타났다. 이미 그때 할리우드에서는 앨프리드 히치콕과 존 포드를 거치며 고전양식이 완성됐고,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은 퇴색하고 있는 중이었다.
따라서 누벨바그 감독들에겐 기존 영화들과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했다. 고다르는 “영화는 현실의 반영이 아니라 반영의 현실이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영화가 현실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만든 이의 의식이 반영된 것일 뿐이라는 것. 이러한 영화관을 내세우며 펜 대신 카메라를 손에 쥔 고다르는 점프컷(연속적인 줄거리에서 한 부분을 잘라내는 것), 카메라를 보고 말하기 등 독특한 스타일로 기존 영화들에 반기를 든 ‘네 멋대로 해라’(1960년)를 내놓으며 이 조류의 선두에 섰다. 이번 영화제(www.dsartcenter.co.kr)에서 우리는 평소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문제작들을 만날 수 있다. 무정부주의자인 고다르의 특성이 가장 강하게 반영된 ‘미치광이 피에로’(1965), 마오쩌뚱의 이론과 실천론을 자신들의 생활에 적응하려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중국 여인’(1967), 이브 몽탕과 제인 폰다라는 스타가 기용된 러브 스토리이자 노동자와 자본가의 대립을 다룬 ‘만사형통’(1972), 영화제작을 꿈꾸는 테러리스트이자 요부인 카르멘의 좌충우돌을 그린 ‘카르멘이란 이름’(1983), 포스트모던 로드무비 ‘독일90’(1991) 등이 바로 고다르의 분신들이다. 1편 7000원, 패키지 5편 3만원(문의 02-766-3390).
# 467편 중 42편 경쟁작에 선정
‘변화를 두려워하는 낡은 것들에 대한 도전정신’이란 측면에서 고다르를 잇는 젊은 영화인들의 축제인 서울독립영화제는 12월20일부터 2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와 미로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이번 영화제에선 드라마, 실험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467편의 출품작 가운데 모두 42편이 경쟁작에 선정됐다. 개막일엔 미국 독립영화의 대부인 존 카사베츠의 ‘그림자들’(1959)이 상영된다.
본선 진출작 가운데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조국애를 다룬 ‘경계도시’(홍형숙 감독), 1980년 4월 탄광촌의 반란을 그린 ‘먼지, 사북을 묻다’(이미영 감독), 현대인들의 분열된 의식을 그린 ‘좀비처럼 걸어봐’(김정구 감독) 등의 장편과 한 건달의 일상을 통해 ‘와호장룡’에 대한 오마주(경의를 표함)를 보여준 ‘하드보일드 초콜릿 스타일’(장건재 감독) 등의 단편이 눈에 띈다.
이번 독립영화제(www.siff.or.kr)에는 사회에 대한 솔직한 발언을 담으면서도 영화적 재미 등을 놓치지 않은, 질 높은 영국 단편들을 대거 만날 수 있는 ‘영국 단편 파노라마’ 부문이 준비돼 있다. 혼혈인 소년의 눈으로 본 영국 사회의 인종차별을 그린 ‘나의 피부색’(유사프 알리 칸 감독), 2002년 끌레르몽페랑 단편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뒤 미국 제작사의 눈에 띄어 장편으로 다시 만들어지게 될 가족 드라마 ‘레너드’(브라이언 켈리 감독) 등 11편을 만날 수 있다. 1편 5000원, 심야 1만원. 예매 맥스무비(http://www. maxmovie.com).
정현상 주간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