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색즉시공’의 임창정과 ‘품행제로’의 류승범이 그들이다. 두 사람은 잘 생기지도 않았고, 키도 크지 않고, 매끈한 피부도 갖고 있지 않다. 첫 눈에 호감가는 인상도 아니고, 근육질의 몸매도 아니며, 좋은 학벌이나 배경도 없다.
임창정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수년간 단역과 조연을 거치면서 오랜 무명생활을 겪었고 류승범은 배우가 되기 전 가요 주점에서 DJ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임창정은 1990년 영화 ‘남부군’에서 빨치산으로 데뷔해 영화 ‘걸어서 하늘까지’ ‘게임의 법칙’ 등에 출연했고 드라마 ‘해뜰 날’ ‘여명의 눈동자’에도 출연했지만 당시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은 거의 없을만큼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95년에 발표한 음반으로 인해 그를 가수로 인식하는 팬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영화 ‘비트’에서 감칠맛 나는 연기로 대중들의 뇌리에 배우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엑스트라’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등 몇 편의 영화로 연기파라는 인상을 주더니 이번에 주연을 맡은 영화 ‘색즉시공’에서는 트레이드 마크인 ‘웃기면서 울리는’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영화속의 차력 연기도 실제 연습을 거듭해 리얼하게 보여주었고, 살아있는 쥐를 입에 넣거나 술에 취해 토하고 자위 행위를 하는, 보기 흉한 장면들도 혼신을 다해 소화해냈다.
특히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스타킹을 뒤집어쓰고 눈물을 흘리며 차력을 하는 모습에선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류승범은 데뷔한지 3년된 신인이나 영화 ‘품행제로’에서 그의 연기는 물만난 물고기처럼 싱싱하고 자연스러웠다. 보은 차원에서 급하게 결정하여 출연한 드라마 ‘고독’이 기대보다 반응이 안 좋았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사실 반년간 ‘품행제로’의 ‘양아치’ 박중필로 살아온 그가 ‘고독’에서 연상의 여인을 좋아하는 애절한 멜로의 주인공역을 소화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보여준 자연스럽고 신선한 연기는 이제 ‘류승범 표’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탄생시킨 듯하다. 류승범의 팬을 자청하는 차태현은 영화 시사회장으로 찾아 와 영화를 본 뒤 그와 소주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얼마 전 열렸던 청룡상 영화제 시상식에서 여자 친구이자 동료 배우인 공효진과 다정하게 시상자로 나온 류승범의 솔직함은 연기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다. 평소 내성적이나 카메라 앞에만 서면 ‘광기’가 발동하는 그의 배우 기질은 설경구가 갖고 있는 폭발력과도 견줄만하다.
영화를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나’를 찾은 것 같다는 류승범과 에너지 넘치는 만능 배우 임창정. 새해에도 이 두 연기파 배우의 활약으로 영화계가 풍성해지길 기대한다.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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