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MBC신년드라마 '눈사람' 공효진

  • 입력 2002년 12월 30일 17시 55분


‘터프걸’의 이미지를 벗고 처음으로 멜로물의 주연을 맡아 애틋한 감정을 연기하는 탤런트 공효진.사진제공 MBC

‘터프걸’의 이미지를 벗고 처음으로 멜로물의 주연을 맡아 애틋한 감정을 연기하는 탤런트 공효진.사진제공 MBC

탤런트 공효진이 99년 데뷔 이후 한치도 변함없이 연기해온 캐릭터의 전형을 보여주는 장면 하나.

MBC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 복수 아버지(신구)는 미래(공효진)를 통해 복수(양동근)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사실을 전해 듣고는 충격에 자살한다.

복수: 니가 우리 아빠 죽였다. 울지마. 우니까 더 재수없다.

미래 :(흐느끼며)알았다, 개 새끼야. 안 운다, 개 새끼야. 미안하다, 개 새끼야. 어쨌든 밥이나 쳐먹어.

공효진은 드라마 ‘화려한 시절’ ‘네 멋대로 해라’ 영화 ‘화산고’ ‘킬러들의 수다’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 ‘품행제로’에 이르기까지 제대로된 여자 역을 맡은 적이 없다. 무술 유단자나, 불량서클 대장 등 ‘터프 걸’이 그의 이미지다.

그런 그가 새해에는 180도 달라진다. 공효진은 새해 1월 8일 시작하는 MBC 수목드라마 ‘눈사람’에서 데뷔 이후 처음 멜로 주연을 맡았다. 그가 맡은 배역은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엄마처럼 믿고 따르던 언니가 결혼하자 형부에게 묘한 연정을 느끼는 서연욱. 연욱은 고열에 시달리며 형부에게 “우리 이대로 지구 끝까지 가면 안될까?”라고 애절하게 고백하기도 한다.

영화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위), MBC드라마 ‘네멋대로 해라’(가운데), SBS드라마 ‘화려한 시절’(아래)에서 선머슴의 이미지를 보여주었던 공효진.

“드디어 내게도 멜로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다니! 그동안 아무도 멜로 역을 주문하지 않더라구요. 이창순 PD가 무슨 생각에서 절 캐스팅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이 PD는 “선남선녀가 아닌, 보통 사람과 가까운 이미지의 배우를 원했다”며 “공효진은 연기는 거칠지만 느낌을 강하게 전달한다”고 평했다.

공효진은 연기를 ‘재미’로 한다고 말했다. ‘선머슴’의 역할도 가장 재미있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변신이랄 것까진 없고…. 배우가 뭐 슈퍼맨인가요? 가면 쓰는 것도 아니고. 서서히 변화하다가 ‘아니, 쟤가 언제 저렇게 여자가 됐지’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저, 여자거든요.(웃음)”

이번 드라마에서도 선머슴의 이미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 초반 언니와 사귀는 형사 필승에게 찾아가 따진다.

“아저씨 보험은 들었어요? 혹시 아저씨 죽으면 보험금으로 우리 언니 다시 시집보내야 되잖아요.”

조재현은 이런 공효진을 “국내 여배우중 ‘싸가지’없는 역을 가장 잘 소화한다”고 평하기도 했다.

그는 류승범과 열애 중이다. 극 중 이미지로만 보면 두 사람은 판박이처럼 닮은 꼴이다.

“‘화려한 시절’에서 ‘양아치’ 철진과 ‘껌딱지’ 연실이를 연상하면 돼요. 똑같아요. 제가 애교가 별로 없어서…. 근데 승범씨도 이런 모습이 좋대요. 괜히 이쁜 척 하지 말라나요.”

그는 멜로 연기가 처음이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당혹스러운데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은 절대 하지 않는 현실적 성격이라 감정이입에 애를 먹는다고 한다.

“도대체 왜 형부를 사랑할까? 전 학교 다닐 때 선생님 좋아하는 애들도 이해못했는데. 그런데, 그런 일이 종종 있대요. 주변의 경험을 들으며 감정의 가닥을 잡아보려고 해요.”

그의 매력은 내숭떨지 않는 것. 연기자로서의 미래에 대해서도 그는 솔직하다.

“흔히 연기자들은 ‘연기는 내 인생’이라고 말하는데 연기는 제 인생이 아니에요. 연기는 내 인생의 일부일 뿐이죠. 결혼해서 아이 생기면 연기를 그만둘 거에요. 내 인생보다 아이 인생을 위하는 게 ‘부모’니까요.”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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