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캐치 미 이프 유 캔'천재사기꾼과 FBI요원의 머리싸움

  • 입력 2003년 1월 9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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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 애버그내일 주니어의 삶을 영화화한 ‘캐치 미 이프 유 캔’.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1960년대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 애버그내일 주니어의 삶을 영화화한 ‘캐치 미 이프 유 캔’.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세상에는 두가지 종류의 생쥐가 있다. 크림 통에 빠졌을 때 그대로 익사하는 생쥐와, 열심히 발길질을 해 크림을 버터로 바꾼 뒤 굳어진 버터를 밟고 크림통에서 빠져나오는 생쥐.”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Catch Me If You Can)’에서 반복되는 이 대사는 이 영화의 주인공인 실존 인물 프랭크 애버그내일 주니어의 삶을 대변한다. 프랭크는 1960년대 미국에서 비행기 조종사, 의사, 변호사 등으로 신분을 위장하며 250만달러 어치의 위조수표를 발행한 희대의 사기꾼. 이 영화는 할리우드 최고의 흥행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최고의 흥행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행크스가 의기투합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 “뉴욕 양키스가 계속 이기는 이유는 그 유니폼에 모두 기가 죽기 때문이지!”

프랭크는 부모의 이혼에 방황하던 16세 때 가출한다. 먹고 잘 돈이 없어 위조 수표를 만들기 시작한 그의 사기 행각은 점차 대담해진다. ‘팬암’ 항공사의 조종사를 사칭하는가 하면, 하버드를 수석 졸업한 소아과 전문의로 변신하고, 병원에서 만난 변호사가 되기도 한다. 이는 그가 21번째 생일을 맞기 전 일어난 것이라 더욱 놀랍다.

그가 수많은 위기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던 것은 FBI앞에서도 당당히 거짓말을 할만큼 배포가 컸기 때문이다. FBI수사관 칼 핸래티(톰 행크스)는 프랭크가 묵고 있는 모텔을 덮치지만, 즉석에서 비밀정보국 수사관으로 위장한 프랭크에게 속아 눈앞에서 범인을 놓치고 만다.

# “넌 전화할 곳이 없어 내게 전화를 건 거야. 하하!”

이 영화의 장르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추리극, 드라마, 코미디가 흥행의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손에서 적절히 버무려졌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뻔뻔한 사기꾼이지만 동시에 평범한 틴에이저였다. 아버지의 파산으로 유년시절이 산산조각나고 어머니마저 바람이 나 떠나버리자 그는 “모든 것을 되찾겠다”는 집념에 사로잡혀 외로운 도피 생활을 시작한 것.

그러나 크리스마스 날 전화할 곳이 없어 핸래티에게 전화를 거는 프랭크의 모습은 그를 경멸하기보다 동정하게 만든다. 악인의 양면을 골고루 묘사해 자칫 황당무계하게 보이는 주인공의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삶에 입체감을 부여했다.

이 영화에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무엇보다 빛을 발한다. 16세 소년의 맑은 눈빛에서 도피 생활에 찌든 험악한 범죄자의 표정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한 그는 이제 ‘얼굴만 잘생긴 꽃미남 배우’라는 꼬리표를 떼고도 남음직하다. 디카프리오는 프랭크의 자서전을 읽고 직접 프랭크를 찾아가 인터뷰를 요청할만큼 배역에 열의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 “넌 더 이상 도망가지 않을거야. 이제는 아무도 네 뒤를 쫓지 않으니까.”

스필버그 영화에서 휴머니즘이 빠질 리 없다. 프랭크와 핸래티는 도망자와 추적자로 만났지만 수년동안 심리전을 벌인 끝에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된다. 핸래티 역시 10년전 이혼한 뒤 외롭게 살아온 수사관으로 둘 사이에는 미묘한 동병상련의 기운이 감돈다.

프랭크는 마지막 도주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핸래티의 믿음을 배반하지 않았고 FBI와 협력해 금융사기 범죄수사에 동참한다.

실제로 프랭크는 현재 미국의 거의 모든 은행이 사용하고 있는 위조방지 수표를 발명해 수백만 달러의 돈을 벌기도 했다.

의미 부여에 대한 강박관념을 배제해 전형적인 스필버그식 영화라고 할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관객에게는 더욱 호소력이 크다. 영화 속에 가득한 1960년대풍의 영상과 존 윌리엄스의 음악이 감동과 재미를 더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24일 개봉.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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