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메트로폴리스'…인간을 사랑한 로봇

  • 입력 2003년 1월 16일 17시 49분


사진제공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코리아

사진제공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코리아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세상은 많은 영화에서 차용된 소재다.

그러나 미래도시 ‘지구라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 ‘메트로폴리스’를 그냥 보아넘길 수 없는 것은 화려한 제작진 때문이다.

‘우주소년 아톰’으로 잘 알려진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부’ 데츠카 오사무 원작(1949년), ‘은하철도 999’의 린타로 감독, ‘아키라’ ‘메모리즈’의 오토모 카츠히로 각본. 게다가 제작기간 5년에 쏟은 제작비가 10억엔(약 100억원)이다.

거대도시 ‘메트로폴리스’는 하늘에 닿을듯한 최첨단 빌딩 ‘지구라트’의 완공으로 축제 분위기에 젖어 있다.

이 도시의 실질적 지배자인 레드 공은 인조인간 실험으로 국제적 현상수배자인 로톤 박사의 기술을 빌려 자신의 죽은 딸과 닮은 로봇 ‘티마’를 제작한다. 티마를 ‘초인’의 자리에 앉혀 세계 지배를 꿈꾸는 것.

레드 공의 양아들 로크는 로봇 과격단체 마르두쿠 당의 열성당원으로 ‘티마’의 탄생을 반대하며 로톤 박사의 실험실을 파괴한다. 마침 로톤 박사를 쫓던 사설탐정 반과 그의 조카 켄이치는 티마를 구해내고 켄이치로부터 삶을 배우던 티마는 자신이 로봇인지도 모른채 켄이치에게 사랑을 느낀다.

‘메트로폴리스’의 주제를 한 마디로 축약하면 “나는 누구인가”다. 극 중 ‘티마’는 켄이치와 자신에게 이 질문을 반복해서 되뇌인다.

고도화된 기계 문명 속에 인간은 점점 주(主)에서 객(客)의 자리로 밀려나고 있으나 인간들은 정작 이런 의문을 갖지 않는다. 데츠카 오사무가 이미 1949년에 이 영화로 인간성의 소멸을 경고했다는 점이 놀랍다.

특히 최근 복제인간을 둘러싸고 세계적인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철학적 의미를 따지지 않더라도 이 영화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가늠하는 즐거움이 있다.

기존 일본 애니메이션은 제작비 절감을 위해 리미티드 기법(초당 8∼16장을 사용하는 기법)을 사용해 왔으나 ‘메트로 폴리스’는 초당 24장의 풀 프레임으로 제작해 모두 15만여장을 사용했다.

이 기법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사실적 표현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또 이 영화는 기계의 차가운 질감을 그려내기 위해 ‘2D’의 기반 위에 ‘3D’기법을 도입했다. 촘촘히 늘어선 마천루와 각종 구조물을 정교하게 묘사한 감독의 상상력이 놀랍다.

균형을 잃은 인간과 로봇의 관계는 종국에 파멸을 가져온다는 이 영화의 주제는 다소 진부하지만, 레이 찰스의 서정적인 노래 ‘아이 캔트 스톱 러빙 유(I Can’t Stop Loving You)’가 흐르는 가운데 도시 전체가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장면은 전율을 느끼게 한다.

전체관람가이지만 어린이들이 영화의 메시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듯. 17일 개봉.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