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골든 글로브 웃고 아카데미 운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장 앞에 모여든 영화팬들(위쪽)과아카데미시상식장면. 동아일보 자료사진

할리우드의 1∼3월은 ‘트로피 시즌’이다.

19일 열린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필두로 작가 조합 (2월5일), 감독 조합 (3월1일), 프로듀서 조합 (3월2일), 영화배우조합 (3월9일), 아카데미 시상식(3월23일)이 줄을 잇는다. 이 시상식의 계절을 열고 닫는 두 수문장은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아카데미 시상식의 트로피 이름)다.

그런데 아카데미 시상식의 일정이 앞당겨지면 어떻게 될까? 2004년부터 아카데미 시상식은 지금보다 한 달 앞당긴 2월말에 치러질 예정. 골든 글로브 시상식과 불과 한 달 간격을 두고 치러지는 셈이다. 이같은 ‘트로피 시즌’의 단축에 대해, 미국 연예산업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골든 글로브가 덕을 보고 오스카는 불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오스카 일정이 앞당겨지건 말건 골든 글로브의 인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골든 글로브는 영화와 TV를 종합해 상을 주고, 새해의 첫 시상식이므로 스타들의 참석률, 관객의 기대가 높다는 것이 그 이유. 완고하기로 소문난 배우 마이클 케인이나 마틴 스코시즈 감독도 골든 글로브 파티에는 반드시 얼굴을 내민다.

더군다나 골든 글로브는 오스카만큼의 명성은 없어도 막대한 프로모션의 가치를 갖고 있다. 올해 수상작인 ‘시카고’나 ‘디 아워스’의 배급업자들은 새 해 첫 수상 성과를 세계에 알리고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골든 글로브의 수상에 전력 투구했다. 오스카가 2월말로 시상식을 옮기면 골든 글로브의 이같은 지위는 더욱 강화된다.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 시기가 골든 글로브 시상식 때와 겹쳐지기 때문. 오스카에 대한 골든 글로브의 영향력만 더 세질 것이라는 얘기다.

골든 글로브와 근접해짐으로써 오스카가 불편해질 것이라는 예측의 또다른 근거는 골든 글로브가 더 생동감있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쇼는 화려하고 격식을 갖춘 행사인 반면 디너 파티 형식으로 열리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유쾌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참석자들은 술을 마실 수도 있고 자유롭게 들락날락할 수도 있다. 그만큼 덜 권위적이고 친밀한 분위기가 오스카에 비해 골든 글로브를 더 돋보이게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