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원의 제작비와 15억원이 넘는 마케팅 비용을 감안하면 전국 관객이 170만명이 손익분기점이지만, 현 추세라면 100만명선에서 마감할 듯하다. 수많은 설문조사에서 ‘2003년 가장 보고 싶은 한국영화’로 꼽혔던 것에 비하면 참담한 결과다.
유난히 기대치가 높았던 ‘이중간첩’의 패인은 무엇일까.
제작사 쿠앤필름의 한 관계자는 “‘이중간첩’은 재미로 승부하는 영화가 아니므로, 비평이 호의적이었라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며 매체의 ‘쓴소리’에 그 이유를 돌렸다. 또 코미디 영화들이 극장가를 휩쓰는 풍토가 패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한 영화 제작자는 “재미가 곧 코미디는 아니다. ‘쉬리’나 ‘공동경비구역 JSA’처럼, 진지한 이야기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풀 수 있다. ‘이중간첩’은 상업 영화를 지향하면서도 기획에서부터 현재의 트렌드를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중간첩’이 배우의 ‘스타 파워’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도 또 하나의 패착이다. 관객들은 영화 제작자들 만큼 한석규에 대해 기대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석규에 대해 잘 모르는 20대들도 적지 않다. 한 영화 제작자는 “마치 영화 관계자들끼리 잔뜩 기대했다가 제 풀에 시들해진 잔치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한석규가 너무 오래 쉬면서 스스로 입지를 좁혀 놓았다”며 안타까워한다.
‘이중간첩’이 개봉되기 전, 영화 관계자들은 이 영화가 코미디에만 몰려드는 투자자들의 편향된 흐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걸었다. 그러나 ‘이중간첩’의 완성도와 흥행이 기대에 못미친 현재, 충무로에서는 코미디 일변도의 투자 흐름이 되레 심해지게 됐다는 한숨이 나오고 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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