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방송정책권 환수 추진

  • 입력 2003년 2월 12일 18시 33분


정부는 방송위원회의 방송정책권을 환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성재(金聖在) 문화관광부장관은 12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방송과 통신의 융합 추세를 반영할 수 있도록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을 추진하되 방송정책권은 문화부가 갖고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 규제는 방송위에 남겨두는 방안을 대통령직인수위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세계에서 민간독립기구가 방송통신정책에 대한 권한을 가진 곳은 없다”고 덧붙였다.

방송정책권은 5년여의 논란 끝에 개정된 방송법(2000년 3월 시행)에 따라 문화부에서 방송위로 이관됐으며 학계와 방송계에서는 이를 ‘방송 독립’의 상징적 조치 중 하나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방송학자들은 문화부의 방송정책권 환원 시도를 구시대 방송정책으로의 복귀 및 통제 강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양대 정대철 교수(신문방송학)는 “방송정책권이 방송위로 이관된 뒤 한국 방송이 형식상으로나마 관 주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는데 이를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고 선진 방송의 흐름에도 맞지 않다”며 “미국에서도 연방통신위원회(FCC)를 독립적 기구로 운영해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 방송 통신 융합에도 탄력 있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 사회문화여성분과위 전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서강대 원용진 교수(신문방송학)도 사견임을 전제로 “방송 정책이 민간독립기구로 이관된 것은 그동안 방송 독립을 이루지 못한 한국적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문화부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송위의 한 관계자도 “문화부의 발상은 부처 이기주의나 관료 편의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미디어 융합시대에 맞서 민간독립기구의 정책 기능은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2001년 초 논란 끝에 백지화된 민영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방송광고 판매대행사)에 대해서도 “KBS와 MBC 등 공영방송사를 맡는 공영 미디어렙과 SBS를 담당하는 민영 미디어렙을 신설해 2개사의 제한 경쟁 체제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영 미디어렙은 현재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대행하는 광고영업 중에서 SBS 등 민영 방송의 영업을 분리해 맡는 회사로 민영 미디어렙이 설립될 경우 방송사가 직접 광고 시장을 장악함으로써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신생 미디어의 위축과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게 된다.

허 엽기자 he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