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은 파리에 체류중인 ‘도망자’ 폴란스키 감독(69)의 감독상 수상 여부가 올 아카데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고 12일 보도했다.
작품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오른 ‘피아니스트’는 지난해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수작인데다 전통적으로 아카데미가 선호해 온 주제인 나치의 유태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을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폴란스키는 가장 유력한 감독상 후보로 꼽힌다.
문제는 폴란스키의 과거. 폴란스키는 1978년 약물과 알코올에 취한 13세의 소녀와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받고 있다. 당시 강간 등 모두 6가지 혐의로 기소됐으나 폴란스키는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만 인정했다. 미성년자와의 성관계에 대한 법정 최고형은 20년. 폴란스키는 선고 공판 직전 프랑스에 도망치듯 떠난 뒤 이후 25년간 단 한번도 미국땅을 밟지 않았다.
성추행을 당한 소녀측이 제기한 민사소송은 1997년 합의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형사상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미국 입국과 동시에 체포될 가능성이 높아 폴란스키가 수상자로 선정되더라도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폴란스키의 할리우드 대변인인 제프 버그도 “법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아 그가 미국에 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할리우드에서는 미성년자 성추행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전력에다가 시상식 불참이 뻔한 폴란스키에게게 과연 아카데미가 감독상을 안겨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아카데미의 한 관계자는 “과거 문제만 없다면 폴란스키는 단연 아카데미가 좋아할 만한 감독”이라며 “전력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는 논란을 감수하고 감독상을 안겨줄 가능성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수상 가능성에 대한 이유로 할리우드가 전통적으로 섹스 스캔들에 대해서는 관대했다는 점을 꼽았다. 한 예로 잉그리드 버그만이 혼외정사로 로베르토 로셀리니감독의 아이를 가졌을 때 대중들은 분노했으나 아카데미는 아랑곳않고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목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도 유부남 에디 피셔와 섹스 스캔들을 일으키며 피셔를 이혼하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았으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불행한 과거를 가진 폴란스키에 대한 동정 여론도 한몫하고 있다. 폴란스키의 어머니는 유태인 수용소에서 숨을 거뒀고 그 역시 ‘피아니스트’의 주인공처럼 수용소에 끌려가기 직전에 살아 남았다.
그는 또 69년 아내 샤론 테이트가 임신한 몸으로 희대의 살인마인 찰스 맨슨의 추종자들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되는 비극을 겪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