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훈 PD가 ‘용감하게’ 신인을 기용한 이유는 사실 캐스팅난 때문이었다. 톱 탤런트 섭외가 되지 않아 고심하던 끝에 어정쩡한 B급 연기자를 쓰느니 차라리 신인을 등용시키자는 생각에서였다.
스타는 ‘대타’에서 탄생한다고 했던가. 요즘 두 사람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SBS ‘야인시대’, KBS2 ‘아내’가 같은 시간대에 포진하고 있어 시청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러나 두 드라마가 중장년층에게 인기를 끄는 반면 ‘러브레터’는 전형적인 청춘 멜로물로 10∼20대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조현재는 얌전한 생김새 처럼 무척 내성적인 성격이다. 묻는 질문에 싱긋 웃거나 간단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어렸을 때부터 남 앞에 나서는 게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매순간 내 안에 잠재된 끼가 꿈틀대는 것을 느꼈죠. 그냥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그는 아직 젊은 나이지만 드라마만큼 우여곡절이 많은 삶을 살아왔다. 가난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어 검정고시를 봤고 명지대 연극영화과 01학번으로 입학했다.
“베테랑 연기자들은 우는 연기가 가장 쉽다던데 저는 아직 우는 연기가 가장 어려워요. 감정의 기복이 없는 편이라….”
그럼에도 그가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눈빛 연기는 많은 여성팬을 매료시킨다.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우수에 찬 표정은 신인에게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연기.
큼직큼직한 이목구비와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수애도 “첫 주연이라 떨리긴 하지만 절대로 약한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며 당찬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 자신없어 하는 모습이 화면 속에 보일 때가 가장 속상해요. 조바심을 내다보니 계속 NG를 냈죠. 이제는 뻔뻔해져서 좀 나아졌지만.”
그러나 연출자가 평가하는 그녀의 연기력은 기대 이상이다. “대성할 물건”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
“설경구 선배님과 연기해보고 싶어요. 연기를 너무 잘하시잖아요. 배울 점도 많을 것 같고.”
그는 이렇게 연기에 욕심을 내고 있지만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댄스가수를 꿈꿨었다.
“저 노래도 못하고 춤도 잘 못춰요. 그냥, 막연히 ‘스타’를 동경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젠 달라요. 하루 4시간씩만 자고 깨어있는 시간에는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죠.”
한창 발랄함을 뽐낼 20대 초반이지만 둘 다 내성적이고 붙임성이 없는 성격탓에 아직은 현장에서도 서먹하게 지내는 편. 하지만 되바라지지 않은 풋풋함이 화면에 묻어나는 덕분에 오히려 드라마의 의도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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