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쇼쇼쇼'…복고와 코미디의 어설픈 만남

  • 입력 2003년 2월 24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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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칵테일 바를 배경으로 청춘들의 꿈과 이상을 그린 복고풍 영화 ‘쇼쇼쇼’.사진제공 영화공간
1970년대 칵테일 바를 배경으로 청춘들의 꿈과 이상을 그린 복고풍 영화 ‘쇼쇼쇼’.
사진제공 영화공간

‘친구’ 이후 ‘챔피언’ ‘해적, 디스코왕 되다’ ‘품행제로’ ‘몽정기’ ‘클래식’ 등이 1960년대∼80년대 자잘한 생활사의 복원을 통해 팬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28일 개봉하는 영화 ‘쇼쇼쇼’도 그런 영화이지만 복고 흥행 바람을 탈지는 미지수다.

1977년 서울의 한 변두리. 홀어머니의 대포집 일을 돕는 산해(유준상), 연탄집 아들 상철(이선균), 대학생 동룡(안재환)은 동네 건달들과 노름에서 이겨 얻은 빈 가게에 칵테일 바를 연다. 이들은 고적대에서 리더로 활동하는 곤봉 돌리기의 명수 윤희(박선영)에게 병돌리기 기술을 배운다. 동네 건달들이 끊임없이 방해하나 이들에게 암울한 현실과 남루한 일상을 탈출할 수 있는 해방구는 칵테일 바의 성공 뿐이다.

‘쇼쇼쇼’는 70년대 풍경을 복원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흔적이 보인다. 도나 섬머의 ‘핫 스터프’에 맞춰 손가락을 위 아래로 찔러대던 ‘고고장’, 국기하강식과 함께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가던 길을 멈추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던 모습, 통금 사이렌 소리에 경찰과 숨바꼭질하는 연인들의 모습 등.

과장 연기로 웃음을 자아내던 영화는 후반부에서 갑자기 신파로 급선회하는 등 줄거리가 뒤죽박죽 돼 버린다. 사랑에 빠진 윤희와 산해가 윤희 아버지(김용건)의 반대로 시련을 겪는 부분도 어색하다.

주인공 유준상의 연기는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에서 보여줬던 재치있는 연기와 달리 캐릭터를 명쾌하게 내세우지 못하는 아위숨을 남겼다. ‘불후의 명작’ 조감독 출신인 김정호 감독의 데뷔작. 15세 이상 관람가.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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