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비삼남매
“한번은 갈갈이 준형 오빠가 밥 먹으러 가자기에 저희 둘이 ‘우∼와’하며 좋다고 따라 나섰죠. 애니메이션 ‘보노보노’의 느림보 아기해달을 흉내낸 거였어요. 그랬더니 준형오빠가 ‘바로 그거야’라며 작품 한번 만들어 보자고 하더라구요.” (우비소녀 김다래)
‘우비 삼남매’에는 젊은 세대들에게 익숙한 만화 캐릭터의 이미지가 넘쳐흐른다. 복장부터 인터넷 플래시 애니메이션 ‘우비소년’에 나온 노란색 비옷을 입고, 영화 ‘해리포터’의 주인공이 쓰고 나온 동그랗고 커다란 뿔테안경을 쓰고,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모험’에 등장하는 목욕하는 괴물과 센의 대화를 패러디한 개그를 한다.
“‘우비삼남매’의 인기는 ‘텔레토비’ 현상과 비슷하다. 어른들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의미없는 대사를 반복하고 뒤뚱거리는 단순한 몸동작에 아이들이 열광적으로 빠져든다. 감성세대 아이들은 개그를 말로 이해하기 보다 귀엽고, 호기심많고, 친숙한 캐릭터 자체의 이미지를 좋아하고 즐기는 것이다.”
(김향미·초등학교 교사)
● 우격다짐
‘우격다짐’ 코너로 인기를 얻고 있는 미남 개그맨 이정수는 언제나 흰색 코트와 장갑을 끼고 나와 손가락으로 허공을 찌르며 반말로 대사를 쏘아댄다.
“내 개그는 닭꼬치야. 왜? 꽂히잖아. 내 개그는 태양이야. 눈뜨고 볼 수 없지. 내 개그는 유모차야. 왜에? 애만 태우지. 어때, 웃기지, 웃기잖아. 내 개그는 여기까지야. 분위기 다운되면, 다시 돌아온다!”
충남대 신문방송학과 손병우교수는 이런 ‘우격다짐’을 국내 최초의 ‘랩음악 개그’라고 규정한다. 대사의 템포를 조금만 빨리하면 운율과 비트가 리드미컬하게 반복되는 랩가사의 형식을 띠고 있다는 것. 손교수는 “전통적 의미 소통 위주의 ‘말 개그’보다는 리듬, 이미지, 말투를 이용한 개그가 새로운 웃음 코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존에 없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이정수에게는 ‘개그래퍼 1호’와 같은 역사성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봉숭아학당
새로 개편된 ‘봉숭아 학당’에서 맨 먼저 폭발적 반응을 얻은 유행어는 노통장(김상태)의 “맞습니다. 맞고요”였다. 그러나 귀족집 아이 ‘세바스챤’(임혁필)의 “나가 있어!” “천∼한 것들”과 댄서킴(김기수)은 “어딜봐, 날봐”의 인기도 그 못지 않다.
특히 공립학교로 전학온 부잣집 아이 역할을 하고 있는 ‘세바스챤’ 임혁필은 다른 코너에선 땅에 있는 것을 아무거나 주워먹는 ‘땅그지’ 역할로 오래 해왔기 때문에 더욱 웃음을 자아낸다. 혼자만 소파에 앉아 수업하고 하인에게 “나가있어”하며 당당히 외치는 세바스찬의 ‘고귀한 모습’은 가발이 벗겨지는 순간에 ‘땅그지’로 변해 친구들을 향해 비굴하게 “놀아줘”하며 애원한다. 천함과 귀함을 극단적으로 오가는 세바스찬의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와 연민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대상이 되고 있다.
개그작가 장덕균은 “봉숭아학당에 대통령 흉내를 비롯해 전학온 귀족 아이, 환자, 섹시걸 등 다양한 캐릭터가 추가됐다”며 “개그의 영역이 학교를 벗어나 사회 전체로 넓혀지면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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