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용필(53)이 부인 안진현씨가 사망한 이후 50여일 만인 25일 오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얼굴을 보였다.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에 “사십구재까지는 혼자 있게 해달라”고 두문불출하며 슬픔을 추스른 그였다.
기자 10여명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비교적 차분하게 부인의 사망 경위와 유산 처분 문제 등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스님이 가는 사람 자꾸 붙잡으면 안되니 사십구재 뒤에는 당분간 묘지도 찾지 말라고 하더라”며 허탈하게 말했다. 그동안 그는 월요일과 목요일마다 안씨의 묘지를 찾아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오곤 했다.
“이사할 집을 구했습니다. 침대와 소파, 부엌에 아내의 그림자가 너무 짙어요.”
조용필은 4월 중순부터 경기 의정부시, 울산, 대전, 대구 등을 순회하며 데뷔 35주년 기념공연을 펼친다. 그는 “노래하는 게 슬픔을 이기는 지름길인 것 같다”고 말했다. 8월 20일경 발표할 기념음반에는 아내를 그리는 노래도 싣는다. 그는 “추모보다 우리의 사랑에 대한 추억을 새기겠다”고 말했다.
조용필은 부인의 유산(24억원 추정)에 매번 공연 수익금의 10%를 더해 심장병 어린이 돕기 등을 위한 재단을 설립할 예정. 미국 내 유산 처분이 1년 넘게 걸려 재단의 윤곽은 내년 상반기에 드러난다.
3월 1일 미국으로 건너가 처가 식구들과 만난 뒤 중순경 귀국한다. “미국으로 갈 때마다 아내를 본다는 희망에 14시간의 비행이 즐거웠는데 당장 이번이 걱정”이라고 허탈해 했다.
사적인 자리에서 노래하는 것을 극구 사양해온 그는 모임을 마친 뒤 이례적으로 참석자들과 노래방에 들러 낮은 목소리로 ‘고독한 런너(1992년·작사 곽태요 작곡 조용필)’를 불렀다. 아내에 대한 추모의 정과 함께 그의 고독이 소리없이 통곡하고 있었다.
허 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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