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화성으로 간 사나이’ 김희선

  • 입력 2003년 2월 27일 17시 58분


영화 ‘화성에 간 사나이’로 1년 6개월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김희선. 진정한 배우를 꿈꾸기보다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고 했다.사진제공 청어람
영화 ‘화성에 간 사나이’로 1년 6개월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김희선. 진정한 배우를 꿈꾸기보다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고 했다.
사진제공 청어람
26일 강원 횡계의 한 목장. 아직 봄이 오지 않은 그 곳에는 1m가 넘는 눈이 쌓여있었다. 산등성이에 위치한 목장에 헐떡이며 다다랐을쯤 언덕 위에서 한 여자의 즐거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의 촬영이 한창인 이곳에서 김희선(26)은 휴식시간동안 스태프가 어디선가 구해온 눈썰매를 타고 눈밭을 구르고 있었다. 영화 ‘와니와 준하’ 이후 1년 6개월만의 스크린 나들이이지만 긴장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놀고 먹고 자고. 그게 지난 1년 6개월동안 제 생활이에요. 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시나리오를 고르기가 더 어려웠어요. 그래서 휴식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졌네요.”

이 영화는 어렸을 적 첫사랑을 평생 안고가는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다뤘다. 바보스러울만큼 순박한 승재(신하균)는 소희(김희선)를 20년동안 일편단심 사랑한다. 소희는 그 마음을 몰라준 채 부와 성공만을 위해 살아가는 도회여성. 뒤늦게 승재의 사랑을 깨닫지만 그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난 뒤다.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이런 ‘구식 사랑법’이 통할까.

“라디오 듣다보면 가슴 뭉클한 사연들이 소개되잖아요. 전 아직도 그런 이야기 들으면 가슴이 찡해요. 난 역시 감성이 풍부해.(웃음)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라는 게 있잖아요. 사랑도 그런 것 같아요.”

사실 김희선은 유명세에 비해 연기력에 대한 평가는 다소 낮았다. 올해로 데뷔 12년째이지만 ‘자귀모’ ‘카라’ ‘패자부활전’ ‘와니와 준하’ 등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이렇다할 흥행작이 없다. ‘비천무’가 전국 관객 200만명을 돌파했으나 “배역에 대한 고민없이 예쁘게만 보이려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번 역할도 그동안의 내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 있진 않아요. 아직 변신에 대한 강박관념같은 건 못느끼겠어요. 코미디 영화 시나리오도 줄곧 들어왔는데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화성으로 간 사나이’의 승패 여부는 향후 김희선이라는 배우의 가능성을 점치는 중요한 시금석이다. 그는 항상 ‘이 영화가 마지막 영화’라는 각오로 촬영에 임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독특하다.

“저 빨리 결혼하고 싶어요. 예쁘게 집 꾸미고 아이들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하고…. 생각만해도 너무 행복해요. 괜찮은 남자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결혼할거에요.”

배우에게 ‘예쁘다’는 말은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다. 그만큼 관객을 배역에 몰입시키지 못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희선은 나이가 들면서 ‘예쁘다’를 듣는 횟수가 점점 줄어든다며 애교섞인 볼멘 소리를 했다.

“요즘엔 화장 안하고 길거리에 나가면 사람들이 몰라본다니까요. 저도 이제 적은 나이는 아니죠. 요즘 신인들은 88올림픽을 잘 모르더라니까요. 아니, 1980년대에도 사람이 태어나요?(웃음) ‘보아’ 보면 딸 같다니까요.”

활동을 쉬면서 국내 팬들에게 그의 존재가 조금씩 잊혀지는동안 중국에서는 그로 인한 한류열풍이 불었다. 장이머우, 첸카이거와 같은 중국의 유명감독들이 한국을 찾을 때마다 그를 만나고 싶어했다.

“기분 좋죠. 나중에 기회가 되면 중국영화에도 출연하고 싶어요. 장이머우 감독은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분이에요. 간단한 중국말 한마디만 해도 그렇게 좋아하시더라고요.”

5월에는 SBS 드라마에도 출연한다. 허영심 많은 스튜어디스가 진정한 사랑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TV의 캐스팅 난이 요즘처럼 심각한 때 그가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빨리 돈 벌어서 시집가야죠.(웃음)”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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