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사립고교에서 32년간 역사 교사로 재직한 훈더트(케빈 클라인)는 제자였던 벨(조엘 그레치)의 초대를 받는다. 기업가로 성공한 벨은 스승과 옛 급우들을 회사 소유의 리조트로 초대해 25년전 자신이 참가했던 교내 로마사 퀴즈 대회를 다시 열자고 제안한다.
이야기는 2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벨은 상원의원의 아들로 말썽깨나 피우는 문제아. 훈더트는 ‘품성은 교육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열성을 다해 벨을 가르치고 벨은 우등생만 참가할 수 있는 로마사 퀴즈대회에서 결승까지 오른다. 그러나 벨은 부정행위로 훈더트의 믿음을 저버린다. 벨이 25년뒤 퀴즈대회를 다시 열자고 한 것도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뜻. 그러나 벨은 다시 부정행위를 저지른다.
원칙주의자 훈더트에게 세상살이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오히려 학생이다. 벨은 너무 어릴 때 양심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걸림돌이라고 여기게 됐다. 그는 형편없는 성적으로 졸업하고도 아버지 덕분에 예일대에 들어가 기업가로 성공한다.
영화는 ‘품성은 교육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다. 훈더트는 실제로 아무 것도 바꾸지 못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품성이 운명’일지라도 그에 타협하지 않고 신념을 고수하며 다시 강단에 서는 훈더트의 자세다.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스의 신화’에서 굴러내려오는 바위를 끊임없이 끌어올려야 하는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스를 운명에 굴종하는 인간형이 아닌, 세상의 부조리에 대항하는 인간형으로 묘사한 바 있다. ‘교육은 품성도 운명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부조리한 세상에 저항하는 훈더트는 보는 이들에게 많은 울림을 준다.
조지 클루니, 미셸 파이퍼가 주연한 영화 ‘어느 멋진 날’을 만든 마이클 호프만 작품. 12세 이상 관람가. 7일 개봉.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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