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투게더'…바이올린 선율에 실린 ‘행복찾기’

  • 입력 2003년 3월 6일 18시 57분


첸카이거 감독이 최루성 휴먼스토리로 관객층의 폭을 넓힌 영화 ‘투게더’사진제공 씨네월드
첸카이거 감독이 최루성 휴먼스토리로 관객층의 폭을 넓힌 영화 ‘투게더’
사진제공 씨네월드

중국 깡촌에 사는 13세 소년 샤오천(탕윤)은 동네에서 유명한 신동 바이올리니스트다. 가난 때문에 아들의 재능을 썩힐 수 없다고 생각한 아버지 리우청(리우페이치)은 샤오천을 데리고 베이징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만난 지앙 선생(왕지웬)은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로 샤오천에게 잔심부름이나 시키지만 감정이 살아있는 연주가 무엇인지를 샤오천에게 가르친다.

그러나 리우청은 중국 음악계의 실력자 유교수(첸카이거)에게 아들을 맡기기로 하고 지앙 선생을 해고한다. 샤오천은 유교수 집에서 생활하게 되고 리우청은 고향으로 돌아간다. 유교수의 지도 아래 샤오천은 세계 대회에 나갈 기회를 얻지만 샤오천의 마음은 공허하다.

이 영화는 격변기에 있는 중국사회를 보여준다. 베이징은 샤오천과 리우청에겐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자본주의는 그 뿌리를 내리기 전에 사람들의 가치관을 물질만능으로 변질시켰다. 부모들은 돈으로 음악경연대회 1등상을 사고, 여자들은 돈을 얻기 위해 남자를 구한다. 물질문명과 직면한 이들 부자에겐 모든 것이 생경하다.

여기서 첸카이거 감독은 묻는다. 성공과 행복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이 고민은 오늘날 중국인들에게 공통된 것이라고 첸 카이거 감독은 말한다. 물질에 대한 억제할 수 없는 욕망 속에 중국인의 정신세계는 혼란을 겪고 있다.

감독이 내린 답은 ‘행복’이다. 첸 카이거 감독은 “만약 지독한 생활고로 고통받던 문화대혁명 시기였다면 자신있게 행복이라고 답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물질적인 것이 전혀 없는 상태가 오히려 우리가 정신세계 속에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을 깨닫게 해줬다. 이 작품은 그 시기에 내면화됐던 내 생각들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의 이런 생각은 영화의 압권인 마지막 장면에서 드러난다. 리우청이 떠나자 샤오천은 행복이 배제된 성공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는 세계대회를 포기하고 아버지를 찾아 북경역으로 향한다. 역에서 아버지를 마주친 샤오천은 눈물을 흘리며 생애 최고의 연주를 한다.

특히 샤오천과 경쟁하던 여자아이가 세계 대회 무대에 선 모습을 교차편집한 것은 강렬한 인상을 준다. 샤오천 역을 맡은 탕윤은 상해 음악학원 부속중학교 2년에 재학중인 학생으로 이 마지막 장면을 찍기 위해 19시간동안 강행군을 하기도 했다. 전체관람가. 14일 개봉.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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