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영화계 뉴스]아카데미 수상소감 "제발 짧게 끝내 줘"

  • 입력 2003년 3월 17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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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무려 4분간 여우주연상 수상 소감을 밝혔던 줄리아 로버츠. 동아일보 자료사진
2001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무려 4분간 여우주연상 수상 소감을 밝혔던 줄리아 로버츠. 동아일보 자료사진
23일(현지시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행사 진행을 맡은 프로듀서들은 해마다 장황해져 가는 수상자들의 소감 연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수상소감 시간 제한은 45초. 이 시간이 지나면 수상자 앞의 프롬프터에 경고등이 켜진다.

그러나 이 제한을 지키는 수상자들은 별로 없다. “…에게 감사한다”는 인사가 점점 길어지기 때문. 2000년에 탈버그 상을 받은 워렌 비티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신의 아이에게까지 감사하다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주최측은 이 시간을 줄이려고 2001년에 ‘가장 짧은 연설을 한 수상자에게 고화질 TV를 선물로 준다’고 유혹하고, 지난해에는 후보들에게 45초로 맞춰진 크리스탈 스톱 워치를 돌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수상 연설이 길어질 경우, 오케스트라에게 음악을 연주하도록 하는 방법도 써봤지만 소용없긴 마찬가지. 2001년 ‘에린 브로코비치’로 여우주연상을 탄 줄리아 로버츠의 장광설을 끊기 위해 오케스트라 지휘자 빌 콘티가 지휘봉을 드는 순간, 로버츠는 “지휘봉 내려놓으세요! 이곳에 조금 더 있고 싶어요!”하고 외친 뒤 무려 4분간 수상 연설을 계속했다.

반면 지금까지 명연설로 꼽히는 수상 소감은 1979년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로 남우주연상을 탄 더스틴 호프만의 연설. 메모지없이 연설을 한 그는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성기가 없는데 다리 사이에 칼을 들고 있군요”라는 유머로 말문을 연 뒤, 자신이 과거에 아카데미 시상식이 화려하고 뻔한 수작이라고 비판했던 일을 간단히 설명했다.

“예술인들은 모두 최고를 향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중 누구도 실패한 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순간을 여러분과 공유할 수 있어 기쁩니다”로 마무리한 그의 수상 연설은 45초 안에 끝났다.

올해의 경우 이라크 전쟁이 터지면 수상자들의 전쟁에 대한 의견 표명으로 연설이 더 길어질지도 모르는 일.

올해 시상식 진행을 맡은 프로듀서 길 케이츠는 “정치적 코멘트는 상관없다. 그러나 메모를 꺼내 읽는 것은 금지되며 감사 인사 대상도 5명으로 제한하겠다. 6번째 이름이 나올 경우 오케스트라가 곧장 음악을 연주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전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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