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영화계뉴스]오스카 '레드카펫 행사' 생략

  • 입력 2003년 3월 20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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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레드 카펫’ 행사. 올해는 화려한 이 행사를 볼 수 없게 됐다. 로이터 연합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레드 카펫’ 행사. 올해는 화려한 이 행사를 볼 수 없게 됐다. 로이터 연합

19일 (미국 시간)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시작함에 따라, 23일 아카데미 시상식이 예정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전쟁 발발 직전까지만 해도 아카데미 시상식 주최측은 “무슨 일이 있어도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최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의 프랭크 피어슨 회장은 19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반드시 시상식은 진행된다”면서도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데 화려한 쇼를 진행하는 것은 경박하고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상황으로는 시상식이 연기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러나 23일 밤까지 전황이 격렬해질 경우 시상식의 연기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게 됐다.

미국의 이라크 공습 직후 배우 윌 스미스는 주최측에 시상식 불참을 알렸고, ABC방송은 23일 밤 바바라 월터스가 진행할 예정이던 ‘아카데미 스페셜’의 제작을 취소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주최측은 이미 스타들이 시상식이 열리는 할리우드 코닥 극장 앞에 깔린 붉은 카펫을 밟고 입장하는 2시간짜리 식전 행사를 취소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레드 카펫 행사가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ABC 방송의 시상식 생중계(한국은 OCN)도 당초 6시간에서 4시간 반으로 줄어들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19일자에서 시상식 진행을 맡은 프로듀서 길 케이츠의 말을 인용해 “레드 카펫 행사를 취소한 것은 스타들의 요청 때문”이라고 밝혔다. 레드 카펫을 밟으면서 입장하다가 전쟁과 관련된 질문 공세를 받는 것을 우려한 스타들이 주최측에 뒷문으로 입장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전화가 많았다는 것.

우려되는 질문 공세뿐 아니라 배우들의 ‘양심’도 레드 카펫 행사 취소에 영향을 끼쳤다. 18일자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갱스 오브 뉴욕’으로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이라크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가슴이 깊게 파인 드레스를 입은 여배우들이 레드 카펫을 밟고 웃으며 입장한다면 꼴불견일 것”이라고 말했다.

레드 카펫 행사가 취소됨에 따라 코닥 극장 옆에 스타들을 보기 위해 몰려든 300여명의 팬들을 위한 임시 외야석도 설치되지 않으며, 레드 카펫 사진을 찍어 하룻밤에만 1만∼1만5000달러를 버는 에이전트들도 일자리를 잃게 됐다. 구두 디자이너 스튜어트 바이츠만은 여배우들에게 루비가 박힌 구두 150만달러어치를 제공하겠다던 제안을 취소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지금까지 아카데미 시상식이 연기된 것은 세 차례로 로스앤젤레스의 홍수(1938년), 마틴 루터 킹의 장례식(68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저격 사건(81년) 때문이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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