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목 '아하! 그렇군요']원제 살릴까 번역이 좋을까

  • 입력 2003년 4월 10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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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잘 알려진 ‘원령공주’라는 제목보다 원제를 달고 개봉을 맞게 된 일본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 사진제공 영화인
한국에서 잘 알려진 ‘원령공주’라는 제목보다 원제를 달고 개봉을 맞게 된 일본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 사진제공 영화인

25일 개봉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もののけ姬)’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표작으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염원하는 생태주의적 소망이 가득 담긴 작품이다.

97년에 제작된 이 영화는 한국에서는 ‘원령공주(怨靈公主)’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모노노케’(物の怪)는 억울하게 죽어 원한이 맺힌 영혼이고 ‘히메’(姬)는 공주. 따라서 ‘원령공주’는 원제를 충실하게 번역한 제목이다.

그렇다면 이미 많은 한국 팬들이 ‘원령공주’로 기억하는데도 원제로 개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관객들이 원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모노노케 히메’의 홍보 기획사 ‘영화인’의 안수진 과장은 “관객은 기본적으로 ‘오리지널’을 추구한다”며 “원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관객들의 지적 허영을 충족시켜 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제는 오해를 낳기도 한다. ‘오션스 일레븐’(Ocean's Eleven)은 주인공인 ‘오션’과 그 일당(11명)을 뜻하지만 관객들은 ‘오션’을 바다로 해석하기도 했다.

원제가 쉽고 간단하지 않으면 번역 제목이 오히려 관객들에게 더 친절하다. 영화 ‘경찰서를 털어라’는 도둑이 경찰서에 숨긴 다이아몬드를 찾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이야기. 이 영화의 원제는 ‘블루 스트릭’(Blue Streak)으로 ‘전광석화처럼 빠르다’는 뜻이나 알기가 쉽지 않다.

‘센과 치히로의 …’의 원제도 ‘센토 치히로노 카미카쿠시’(千と千尋の神隱し)다. 일본에서는 아이를 잃어버리면 신이 아이를 숨겼다고 믿는데, 이를 ‘카미카쿠시’라고 한다. 이 말에 적절한 한국어가 없어 ‘행방불명’으로 번역했다.

번역 제목은 원제의 미묘한 뉘앙스를 전달하지 못한다. 정확한 우리말이 없거나 번역한다 하더라도 제목이 너무 길어지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특히 제목은 영화 흥행의 주요 변수중 하나다. 그러기에 지금 이 시간에도 수입 영화 관계자들은 번역과 원제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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